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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오스틴과 장편소설

2025-07-18 06:00
정만진 소설가

정만진 소설가

"그 어떤 소설가도 인간의 가치에 대한 완벽한 의미를 제인 오스틴보다 잘 살리지 못할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다. "제인 오스틴은 산문계의 셰익스피어다." 토마스 매콜리의 말이다. 제인 오스틴은 1817년 7월1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겨우 41세였다.


영국의 시골마을 롱본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오만과 편견'은 베넷 일가 딸들이 배우자를 만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독자는 서두부터 잔뜩 흥미를 느끼게 되는데, 베넷 가문의 규칙이 여성은 상속을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부인과 다섯 딸은 베넷 씨가 죽으면 재산이 전혀 없는 신세가 된다. 베넷 부인이 딸들을 빨리 결혼시키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작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경제 사정과 관계없이 사랑을 위해서만 결혼한다는 '철학자'이다.


옆 마을 네더필드 파크에 젊고 부유한 신사 빙리 씨가 이사를 온다. 베넷 부인은 빙리에게 잘 보이려고 무한 애쓴다. 무도회에서 맏딸 제인과 빙리는 인상 깊은 첫 만남을 가진다. 제인은 다섯 자매들 중에서 가장 미모와 성품이 돋보이는 딸이다. 둘째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친구 다아시가 자신을 무시하자 그 오만에 반감을 가진다. 반면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지성과 재치에 점차 매력을 느껴간다. 엘리자베스는 나쁜 첫인상에서 받은 편견이 굳어져 그와 결혼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다짐한다.


이 부분은 소설 제목이 어째서 '오만과 편견'인가를 말해준다. 독자는 오만과 편견이 어떤 반전을 거쳐 짜릿한 결말에 다다르게 될 것인지 기대하게 된다. 다아시의 청혼을 엘리자베스가 거절하는 대목이 바로 반전 앞에 놓인 무거운 장애물이다. 엘리자베스가 청혼을 거절한 것은, 다아시와 악연이 있는 위컴이 그를 거짓 음해한 때문이고, 또 다아시가 언니 제인과 빙리의 결혼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난관이 해결되지 않으면 '오만과 편견'은 그저 소설 제목일 뿐 현실의 메시지로 승화되지 못한다.


당연히, 엘리자베스의 생각은 바뀐다. 다아시에 대한 좋은 세평, 그가 어른을 대하는 예의바름, 베넷 가문의 위기를 해결해주는 성심 등이 전환의 노둣돌이다. 장편소설의 성패를 좌우하는 설득력 있는 장치들을 오스틴이 세밀하게 강구해 두었다는 말이다.


오스틴은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남겼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문학평론가로 일컬어지는 해럴드 블룸은 단편소설을 주로 게재하는 우리나라 문학지에 반전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문학의 사회적 기능은 주로 장편소설이 이루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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