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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돈이 계급인 사회서 ‘좋은 이웃’ 가능할까…김애란 단편집 ‘안녕이라 그랬어’

2025-07-17 16:54

8년 만에 단편소설집 펴내
특유의 ‘서늘한 정서’ 돋보여
공간·계급 뒤얽힌 세태 응시

김애란 작가의 신작 '안녕이라 그랬어'의 단편들은 공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다. <게티이미지뱅크>

김애란 작가의 신작 '안녕이라 그랬어'의 단편들은 공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을까. 신자유주의 논리가 팽배한 이 시대, 어느 순간부터 이웃은 비교의 기준이 됐다. 함께 잘 살자는 말이 허황하게 들린다. 타인의 행복, 아니 부의 증식은 축하보다 비교가 앞서는 일이 됐다. 설령 그 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결과일지라도. 가까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마저 '돈'의 관점으로 좌우된다. 김애란의 신작 '안녕이라 그랬어'는 그런 균열의 지점을 응시한다.


김애란 소설가가 8년 만에 단편소설집을 펴냈다. 다섯 번째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문학동네)다. 제목 그대로 이런 시대에도 잘 살아내고 있냐고 요즘 안부를 묻는다. 공간과 계급이 뒤얽힌 7편의 단편을 통해 한국 사회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김애란 특유의 서늘한 정서와 예민한 관찰력이 더욱 돋보인다.


이번 소설집의 주인공은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녕이라 그랬어'에 등장하는 공간들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다. 누군가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늠하게 하는 척도이자, 한 사람의 내력이 고스란히 담긴 복합적 장소로 기능한다. 때문에 이번 소설집에서 공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은 서로의 삶의 기준이 충돌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안녕이라 그랬어/김애란 지음/문학동네/320쪽/1만6천800원

안녕이라 그랬어/김애란 지음/문학동네/320쪽/1만6천800원

일례로 첫 번째 수록작 '홈 파티'는 팬데믹 시기 일감이 끊긴 연극배우 이연이 지인을 따라 홈 파티가 열리는 저택에 방문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파티 참석자들은 의사, 변호사 등 이른바 주류로 불리는 인물들이다. 자립 준비 청년이 500만원을 받아 명품을 산다는 이야기에 혀를 쯧쯧 차는 반응은 이들이 타인의 선택을 이해하기보다 판단하고 평가하는 위치에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들에게 이연은 "밥은 남이 안 보는 데서 혼자 먹거나 거를 수 있지만 옷은 그럴 수 없으니까" 그럴지도 모른다고 어깃장을 놓는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그래야 나도, 내 가족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불안이 들어서요. 그런데 얄궂게도 남의 욕망은 탐욕 같고 내 것만 욕구처럼 느껴집니다."(좋은 이웃, 141쪽)


또 다른 작품 '좋은 이웃'은 서울의 오래된 전셋집에 사는 중년 부부가 느낀 위화감을 포착한다. 독서지도사 주희는 서울 변두리 삼십년 된 아파트에 사는 장애 학생 시우를 가르친다. 그런 시우를 보며 자신의 일을 '사람을 살리는 일'로 여긴다. 그러나 윗집에 젊은 부부가 입주해 화려한 인테리어 공사를 벌이고, 시우네 가족마저 신축 자가 아파트로 이사간다는 소식을 접하며 박탈감을 느낀다. 연민하던 대상이 '혼자 반짝이는 세계'로 가버렸다는 감정은 곧 자신을 향한 실망감으로 이어진다. 그날 밤 주희는 남편이 버리려고 내놓은 책더미 속에서 뜻밖의 책을 발견한다. 젊은 날 두 사람이 모두 사랑한, 내 삶이 힘들더라도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자는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이를 본 주희는 감정이 폭발한다.


이번 책에서 김애란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고 질문한다. '나'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우리'로 나아가는 일이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나의 공간과 타인의 공간을 오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끝내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이번 작품 세계에 대해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누군가를 사회학자라고 규정할 자격이 사회학자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면, 나는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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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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