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대구문인협회의 복합문학관 공청회에서 신노우 수석부회장이 복합문학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현희기자>
지난 18일 대구문인협회가 개최한 '대구 내 복합문학관 건립'을 위한 공청회는 지역 문학계의 오랜 숙원사업인 문학관 건립을 두고 '복합'과 '개별'이라는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논의가 펼쳐진 공론의 장이었다. 폐교를 활용한 복합문학관 조성 방안과 함께, 현진건·이상화·김성도 등 지역 대표 문인을 기릴 개별문학관 설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열린 이날 공청회에는 대구문인협회 관계자 등 지역 문인, 대구시 관계자, 시민 등 총 2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성문 문학관건립추진위원장의 사회 아래 신노우 대구문인협회 수석부회장, 오철환 현진건기념사업회 회장, 최규목 이상화기념사업회 고문, 김종헌 김성도기념사업회 이사가 패널로 나섰다. 이들은 각각 '대구 복합문학관 조성 계획' '대구지역 문학관 건립에 대하여' '상화문학관과 문학관 클러스트에 관한 소고' '우리는 왜 김성도문학관을 원하는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지난 18일 대구문인협회의 복합문학관 공청회에서 김성문 문학관건립추진위원장이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문인협회 제공>
대구문인협회에서 추진하는 복합문학관은 작가 레지던스, 문학공원, 공연장, 문학도서관 등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도심 공동화로 발생한 폐교를 활용해 도심재생사업의 효과를 내고, 도심 주변 인프라와 연계해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신노우 대구문인협회 수석부회장은 "지역 문학단체 100여곳이 문학 활동 공간이 필요하지만, 임차 공간을 이용하는 대구문인협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체가 사무실을 비롯한 제대로 된 활동 공간이 없어 식당 등을 이용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폐교를 활용해 복합문학관을 조성하면 도심재생사업 효과로 시민들의 방문 기회를 확대할 수 있고, 이들 문학 단체를 같은 공간에 배치해 출판기념회, 공연, 전시 등을 개최하게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복합문학관 설립 후 남은 공간은 식당, 커피숍 등 또다른 생산활동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8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열린 복합문학관 공청회. 지역 문인, 시민, 대구시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대구문인협회 제공>
지역 대표 문인 현진건 소설가, 이상화 시인, 김성도 아동문학가의 문학관 설립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각 기념사업회 측은 이들 문인의 문학적 위상에 비해 이들을 기릴 만한 개별 문학관이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오철환 현진건기념사업회 회장은 "현진건 소설가는 한국 근대문학의 선구자임에도 그의 고향 대구엔 두류공원에 있는 문학비 뿐"이라고 꼬집었다. 최규목 이상화기념사업회 고문 또한 "상화는 독립기념관에 모신 우국문인 5인 중 유일하게 개인문학관이 없는 분"이라며 "대구의 대표 문인인 이상화, 현진건 등은 문학관 클러스트를 조성하고, 이 안에 개별 문학관을 만들어 현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종헌 김성도기념사업회 이사는 "김성도 선생은 동시대 문인들과 함께 지역 아동문단을 이끌며 대구가 한국 아동문학의 중요한 발상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점에서 김성도는 지역사회가 반드시 기념하고 보존해야 할 문화 자산"이라며 "문학관 조성 시 동요 공연장, 독서체험교실 등 가족 중심의 독서문화 관광 요소를 포함함으로써 전국적 차원의 차별화된 대구의 문화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청회 말미 질의응답 시간에선 개별 문학관에 대한 실효성 문제도 제기됐다. 한 시민은 "개별 문학관과 복합문학관 중 어떤 방향이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오철환 회장은 "개별 문학관은 특정 문인의 이름을 딴 공간이고, 복합문학관은 여러 문인을 아우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르다"며 "어느 것이든 문학관이 시민과 문학인이 소통하는 플랫폼으로써 기능해야 한다. 개별이든 복합이든 중요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김성도 아동문학가의 문학관 설립을 두고 현실적으로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문인들에 비해 시민들이 존재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것. 이에 대해 김성도기념사업회 측은 "김성도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대중 인지도가 낮다"며 "문학관을 통해 김성도 선생의 작품 세계를 알리고 시민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대구시 관계자도 참석해 끝까지 의견을 듣고, 시 차원의 입장을 전달했다. 최미경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 과장은 "작가별, 장르별로 다양한 요구가 있는 만큼 모든 것을 수용하긴 힘들지만, 시에서도 이를 고민하고 문학과 관련한 현안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