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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핫 토픽] 흔들리는 K컬처 소유권

2025-07-24 17:53

요즘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K팝 데몬 헌터스'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작품의 흥행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넷플릭스 영화 부문에서 무려 11일 연속 글로벌 1위를 했고, OST 앨범은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이제 K팝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통하는 문화현상이 됐다.


흥미로운 건 작품이 처음부터 한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 자본과 미국 제작사가 함께 손을 잡고 만든 작품인데, 한국적인 정서와 K팝을 주요 소재로 활용했다. 다시 말해, '한국'이 아닌 세계인의 시선으로 K컬처를 다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그 방식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팬픽처럼 느껴질 정도로 친숙한 요소들이 많다. 팬들이 좋아하는 한국적 소재들을 잘 엮어냈다. 여기에 디즈니에서 자주 쓰는 이야기 구조를 접목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었다. 김밥, 컵라면, 새우깡처럼 한국적인 요소들이 이제는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도 주목할만 하다.


이런 인기는 차트나 조회수에서만 확인되는 게 아니다. 우리 집 어린이들만 봐도 그렇다. 샤워하면서도 OST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고, 굿즈를 사달라고 조르는 게 일상이 됐다. 며칠 전에는 길에서 초등학생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노래를 떼창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작품은 K컬처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제는 더 이상 '한국산'이란 게 중요하지 않다. 세계 어디서든 쉽게 번역되고 가공돼도 그 안에 K컬처의 감성이 담겨 있다면 글로벌 콘텐츠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도 있다. 이 엄청난 성공이 결국 한국 기업이 아니라 해외 자본과 회사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느낌은 한국인데 돈은 미국과 일본이 벌어간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국내 콘텐츠 환경은 아직도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다. 자유롭게 만들 수는 있지만, 수익과 권리는 외국 기업이 가져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뿐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팔고 유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통한다고 기뻐할 것만은 아니다. 이 흐름을 한국 산업이 실제로 성장하는 기회로 연결시켜야 한다.


한국은 이제 콘텐츠를 즐기는 나라이자 만들어내는 나라이기도 하다. 세계가 사랑하는 K컬처의 힘을 다시 확인한 지금, 단순히 '잘 만들기'에 머물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잘 팔고, 오래가게 만들까'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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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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