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제작·온라인 홍보까지 총력전…“침체된 개원가 숨통 트이길”
연 매출 30억 미만 의원 대부분 사용처 포함…“눈치 홍보 경쟁까지 벌어져”
피부과·소아과 등 문의 급증…“진료 성격·환자층 보여주는 지표 될 수도”

대구지역 한 병원 내부를 사실적으로 구현한 장면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안내판이 클로즈업 돼 있다. < Chat GPT 제작>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되면서 침체된 대구경북 개원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료계는 소비쿠폰 사용처에 동네의원과 약국이 포함된 만큼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개원가의 생존 현실과 의료 양극화의 그림자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의료기관'이라는 안내 포스터를 세 가지 유형으로 제작해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포스터에는 의원 방문 전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도록 안내 하고, 환자 거주지역 의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담겼다. 연매출 30억원 미만의 동네의원 대부분이 사용처에 포함된다.
대구의 한 개원의는 "포스터를 붙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연 매출액이 30억원 이상이라는 걸 드러내는 셈이라 게시를 망설일 수 없다"며 "환자들에게 소비쿠폰 사용 가능 여부를 알리기 위해 블로그와 홈페이지에도 관련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 간 '눈치 경쟁'도 벌어진다. 포스터를 붙이지 않은 병원은 연매출 30억원 이상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환자들의 선택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진료과목별로는 피부과에는 문의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중구의 한 피부과 원장은 "여드름 치료나 약 처방에는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하지만 레이저나 미용 목적의 비급여 진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전화 및 온라인 문의는 보톡스나 써마지 등 미용 시술 관련이 많다"고 전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쿠폰 사용 가능 여부'가 병원의 진료 성격과 환자층을 드러내는 지표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급여 진료가 많은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정형외과 개원가에서는 소비쿠폰이 불황 속 경영난 완화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구 북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최근 환자 수가 조금 늘었다"며 "이번 정책이 병원 운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2020년 코로나19 당시 전 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 이후 5년 만에 시행되는 전국민 대상 소비지원 정책이다. 당시 지원금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했던 만큼, 의료계는 이번 정책이 대구경북 지역의 환자 감소세 완화와 함께 지역경제 회복의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쿠폰 사용 가능 여부가 또 다른 '빈부 격차'를 드러내는 신호로 작동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