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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우리 삶에 찾아온 ‘레트로 열풍’

2025-07-30 07:59
동부지역본부장

동부지역본부장

꽤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 불기 시작한 레트로 바람이 최근 확대 재생산되면서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추억의 교복을 입거나 LP 음악의 감성에 젖은 중장년층, 그리고 촌스러운 듯 세련된 패션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취향을 넘어선 복고의 바람이 일상이다. 이 열풍에 힘입어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테마로 다양한 축제를 마련, 사람들의 '추억 소비'를 유인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레트로 열풍은 단순히 과거의 유행이 되살아난 것이 아니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돼 전혀 새로운 문화현상을 만들어내는 트렌드로 진화 중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대한 향수가 이처럼 대중문화의 중심에서 경쟁력과 파급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불확실성과 스트레스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끝모를 불황에다,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청년들은 미래보다 과거에서 안정을 느끼고, 중장년층은 그들의 전성기를 회상하며 적잖은 위로를 받는다. 이 때문에 레트로는 단순한 '유행'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감정 피난처' 기능을 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패션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Y2K 스타일인 로우라이즈 청바지, 크롭티, 통 넓은 바지 등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과거의 감성과 가족 공동체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1980~90년대 음악들이 리바이벌 되거나, 그 감성을 차용한 신곡들이 속속 등장하는 현상도 무관하지 않다. 식음료 업계는 레트로 열풍의 중심에 있다. 포켓몬빵, 진로 이즈백, 바나나맛우유 1988 에디션 등 단종됐던 제품들이 다시 출시돼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경양식, 냉동삼겹살, 옛날 분식 등 복고풍 메뉴를 선보인 식당과 카페는 SNS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기기와 공간 디자인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갤럭시 Z플립처럼 과거 폴더폰 디자인을 재해석한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고, 필름 카메라나 필름 필터 앱은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복제나 회귀 정도로 정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위로하고,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감성의 진화로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이 흐름에서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가 '뉴트로(New-Retro)'라는 신조어를 통해 복고를 주도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시대의 문화를 개성과 취향으로 재구성하며, 레트로 발판삼아 세련된 감성으로 소비하고 있다. 경북도·포항시·영남일보가 2023년부터 공동 개최하고 있는 '송도비치 레트로 페스티벌'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산업도시 이미지에 가려졌던 포항의 문화적 감성과 해양 관광 자산을 '복고'라는 감성 콘텐츠로 가공,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은 점은 도시 마케팅 전략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기억을 감각적으로 복원하는 문화적 접근은 앞으로 더욱 각광받으며 중요해질 전망이다.


레트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시대의 감성과 기술, 문화가 빚어낸 새로운 언어이며, 그 흐름은 쉽게 멈추지 않을 생명력을 갖고 있다.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포항송도비치 레트로 페스티벌'에 직접 참여해 그 감성과 생동감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건 어떨까. '옛것 속의 새로움'을 찾는 여행이, 바로 그곳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대체로 옳은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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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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