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현 대구시의원
필자에게 가장 염려되는 계절은 단연코 여름이다. 올해는 유난히 더 그렇다. 마른장마가 일찍 끝났나 싶더니, 7월 중순에 장마보다 더한 비가 쏟아졌고, 이어진 폭염까지…. 여름에는 그 열기에 잔걱정이 더해져 얼굴이 후끈할 때가 잦다. 게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주의보, 경보 알람을 쫓아다니다보면 땀에 젖은 옷은 몇 번을 갈아입어도 모자란다. 역시 여름은 체력전이고, 길고 긴 방어전이다. 여름이라 하면 덜컥 걱정부터 드는 이유다.
이같은 속앓이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서구의 주민들은 즐거운 여름을 기대하셔도 된다. 나무마다 매미를 쫓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될 수목 무성한 녹지와 어르신들의 여유로운 발걸음을 책임지는 편리한 도시철도, 그리고 산과 바다, 원하는 곳 어디로도 연결되는 서대구역과 복합환승센터까지. 그 전부가 서구에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서구의 오랜 꿈 세 가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대구시는 지난 6월 26일 서대구역을 중심으로 서구를 가로지르는 순환선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순환선은 대구시내 각지와 서대구역 및 대구공항 같은 주요 교통 허브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그 중심에는 서구생활권이 있다. 순환선은 길이가 33.9km에 달하다 보니 단계적으로 사업이 시행될 가능성이 큰데, 그럴 경우에도 서대구역에서 서구를 지나 두류역(2호선), 현충로역(1호선)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우선 시행될 수 있도록 대구시 담당부서와 조율중이다. 서구 주민과 서구의 심부름꾼이 함께 이룬 쾌거다.
도시철도 순환선이 지나는 서대구역에는 복합환승센터가 예정돼 있다. 주변의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과 북부시외버스터미널까지 합쳐진 하나의 광역교통 허브가 서구에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주변 악취 문제의 원인인 하폐수처리장 문제도 해결이 되어야한다. 사실 이 문제는 좀 더 일찍 해결될 수 있었지만, 대구시 민선 8기 시정의 무리한 예산감축 기조 때문에 멈춰 있다. 다행히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하면서 폐수처리시설의 추가 지하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악취 문제 해결에 한걸음 뗄 수 있게 됐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도시철도 순환선은 염색산단을 지나도록 했는데, 이런 노선 설정은 염색산단을 조기 이전하겠다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공약을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상주 인구가 많은 비산동의 철도교통 소외 문제도 낳는다. 이 때문에 필자는 대구시 담당부서에 주민들의 우려를 전하면서 북부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는 방향으로 노선을 수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리고 달서천 하류쪽 비산동에 집중돼 있는 5곳의 하·폐수처리장중 하수처리장만을 우선 지하화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더욱이 순환선이 염색산단을 지나도록 한다는 건 염색산단의 이전이 불투명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더욱 폐수시설까지 지하화되어야 한다. 대구시의 정책들 사이에도 마찰이 있는 것이다. 이런 정책간 오류가 서구민의 일상을 헤치지 않도록 집행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전망은 나쁘지 않다. 여러 패를 고려하더라도 어느 쪽도 더 서구에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구는 확실히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서대구 KTX역을 중심으로 한 철도교통의 중심지이자 생활 인프라를 갖춰 정주여건이 개선되면서 서구는 머무르고 싶은 동네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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