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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삭감에 공연 줄어…배우들은 생계 위해 ‘타지역 원정’

2025-08-13 10:24

‘뮤지컬 도시’ 지속가능성을 묻다 <상>

대구는 '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19년째 이어오면서 명실상부 '뮤지컬 도시'의 위상을 공고히 해 왔다. 하지만 '뮤지컬 도시'를 자처하는 대구의 화려한 이면에는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일상화된 공연 환경, 가파르게 축소된 지역 문화지원 예산, 서울로의 인력 유출 등 어두운 그림자가 상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를 떠나지 않고 무대를 지키는 이들과 뮤지컬 창작의 꿈을 키우는 청년 예술인들은 여전히 대구를 '기회의 장'이라 말하기도 한다.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도 싹트는 가능성, 위기와 희망이 교차하는 대구 뮤지컬계의 현주소를 두 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해 본다.


◆ 4~5개 작품 겹치기 출연…연기력 향상 한계

대구 지역 배우들은 대구뿐 아니라 인근 경북, 경남 지역까지 오가며 많게는 4~5개 작품을 동시에 소화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 뱅크>

대구 지역 배우들은 대구뿐 아니라 인근 경북, 경남 지역까지 오가며 많게는 4~5개 작품을 동시에 소화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 뱅크>

대구 대표 공연예술거리 대명연극거리 모습. <영남일보 DB>

대구 대표 공연예술거리 대명연극거리 모습. <영남일보 DB>

지역 뮤지컬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예술인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공연이 줄어드면서 생계를 위해 경북·경남 등 인근 지역까지 오가며 4~5개의 작품에 동시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일상화돼 있다.


하나의 작품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 탓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대구 지역에서는 여러 작품을 동시에 병행하는 배우들이 흔하다. 그런 만큼 연습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배우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배우의 연기력 성장 한계와 제작진의 인력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지역의 공연 관계자들은 "대구에 좋은 배우는 많아도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대구에서 10년 이상 활동을 해온 한 배우는 "대구 내에서 공연하는 횟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프리랜서 배우들은 가까운 경북권이나 경남권 지역에 가서 작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에는 인력이 더욱 부족하니 파견을 나가게 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겹치기 출연'은 양날의 검이다. 지역의 한 배우는 "너무 많은 작품을 하다보니 배역에 온전히 몰입하기 어렵고 연기력 향상에도 한계가 있다"고 씁쓸해 했다. 체력적인 소모는 물론, 예술적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기 힘든 구조는 고스란히 지역 공연의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 뮤지컬 포기하거나 서울로 떠나는 인재들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이 점차 줄고 있다. 한 배우는 " style="width:700px;height:467px;">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이 점차 줄고 있다. 한 배우는 "대학 동기들 중 30%는 활동을 하지만, 많은 배우들이 대구를 떠난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 뱅크>

뮤지컬을 포기하거나 타 지역 유출도 심각하다. 대구지역 대학을 졸업한 배우 A씨는 "대학 동기 70%는 다른 길을 찾아 떠나고, 남은 30% 중에서도 상당수는 대구를 떠난다"고 전했다. 문화예술교육 분야로 진출하거나, 기회가 훨씬 많은 서울로 향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창작과 연출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극단 소속 연출가 B씨는 "대학 동기 중 현직 연출가는 저 하나뿐이고, 선후배도 위아래로 각각 한 명씩뿐"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인력 유출은 지역 뮤지컬 생태계의 기반을 약화시켜 새로운 창작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줄어드는 문화예산…지역 공연계 '직격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 공연계 인프라에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역 문화예술 예산의 급격한 감소다. 대구지역 내 전체적인 문화예산 규모가 급감한 데 따른 여파를 뮤지컬 분야도 비켜가지 못했다.


12일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3억800만원이던 연극뮤지컬 지원금은 2024년 2억8천400만원→2025년 1억2천400만원으로 2년새 60% 감소했다. 지원 건수도 2023년 16건, 2024년 17건으로 두 자릿수였으나, 올해 9건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대본 공모사업은 아예 사업 자체가 없어졌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뮤지컬을 연극 분야에 포함하고 2022년부터 사업구조를 개편한 뒤 분야별 맞춤형 사업을 진행해 왔다. 2022년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 연극 분야(뮤지컬 포함)에서는 △신작초연 지원(단체) △레퍼토리 공연지원(단체) △연극뮤지컬 대본공모(개인)으로 나눠 지원했다. 개편 당시 연극뮤지컬 대본 공모에 10건을 선정하고 5천만원을 지원했지만, 2023년 이후로 사업이 사라진 것.


대구 공연계의 대표 거점인 대명공연거리도 직격탄을 맞았다. 대명공연예술센터 관계자는 "2023년엔 한 달에 적어도 15~18개 공연이 올라왔지만, 최근엔 10개도 드물다"며 "지원금이 삭감된 것이 현장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상업 예술인 뮤지컬 특성상 지원금을 받아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인데 지원금 삭감은 예술인들의 활동 기반을 더욱 흔들고 있다. 한 지역 극단 관계자는 "지난해 한 작품에 1천500만원 정도 지원을 받았는데도, 결국 1천만원 가량 적자가 났다"며 "최소 두 달은 연습해야 하는데 급여로 200만원을 준다 해도 한 달 100만원인 셈이라, 배우 입장에서도 빠듯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5기 DIMF 뮤지컬아카데미' 뮤지컬 배우과정 수업 모습.  〈DIMF 제공〉

'제5기 DIMF 뮤지컬아카데미' 뮤지컬 배우과정 수업 모습. 〈DIMF 제공〉

◆"그래도 대구는 기회의 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를 '기회의 도시'로 바라보는 청년 예술인들도 존재한다. DIMF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인큐베이팅 시스템과 수도권과 달리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다는 점 등이 메리트로 꼽힌다.


계명대 연극뮤지컬과에 재학 중인 김아인(23·경북 포항)씨는 "공연예술을 희망하는 학생 입장에선 수도권 다음으로는 기회의 장이 충분히 열려 있다고 생각된다. 주변에 대구 지역의 청년예술인지원사업만 보고 서울이나 부산에서 온 분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난해 대구 지역 공연 단체 '지오뮤직(GO MUSIC)'에서 기획·홍보 PD로 약 1년간 일하며 실무경험을 쌓았다. 그는 "실무 경험을 통해 지역 예술계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대구로 무대를 옮겨 활동하고 있는 한 배우는 대구를 "뮤지컬을 하기에 최적화된 도시"라고 평가를 내놨다. DIMF 아카데미 과정을 밟은 그는 "창작자 입장에서는 인큐베이팅부터 시작해서 아카데미를 거쳐 창작지원작까지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DIMF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잘 짜여져 있다"며 "공연장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을 뿐더러, 뮤지컬 창작자 혹은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 입장에서 뮤지컬 전체적인 과정을 잘 이해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지역 문화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 DIMF 20주년을 앞둔 대구 뮤지컬계는 위기와 기회라는 양날의 칼을 마주하고 있다. 대구가 뮤지컬 도시의 명성을 지키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예산 지원 확대와 뮤지컬 전용극장 유치 노력, 인재 양성 시스템 강화와 같은 지역 뮤지컬 생태계의 근간을 튼튼히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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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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