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협 설문, 공보의 36%가 고년차 전공의…내과·외과 집중
의료계 “3년 군 복무 공백, 수련 연속성 보장해야” 촉구
“의사 없어 문 닫은 지소” 대구·경북, 공중보건의사 미배치 급증

의정 갈등 이후 병원을 떠난 젊은 의사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담은 장면. 병원 복도에서 의료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서 있고, 뒤편에는 다른 의사들이 함께 있다.<챗GPT 생성>

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 배치 현황.<보건복지부 제공>
대구경북 지역 일부 보건지소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없이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 의료체계 균열의 전조(前兆)로 보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대구의 보건지소 8곳 중 3곳(37.5%)이 공보의 공백 상태였다. 경북은 209곳 중 82곳(39.2%)에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았다. 2023년에도 대구는 9곳 중 2곳(22.2%), 경북은 201곳 중 50곳(23.8%)에 공보의가 없었다.
전국적으로는 충북의 공보의 미배치율이 58.5%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기(58.1%), 세종(55.6%), 전북(53.1%), 충남(53.0%) 등의 순이었다. 절반 이상의 지소가 공보의 없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부산(0%), 제주(0%)는 양호한 편이었다.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는 10년 새 4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민간 병·의원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의 의료 공백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소 및 보건지소 운영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에 근무한 의사(소장 포함, 한의사·치과의사 제외)는 1천400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2천386명에 비해 41.3% 감소한 수치다. 전년도인 2023년(1천660명)보다도 15.7% 줄었다.
보건소 의사는 같은 기간 962명→ 627명으로 34.8% 줄었고, 읍·면 단위에 설치된 보건지소·진료소 의사는 1천424명→ 773명으로 45.7% 급감했다.
보건소 인력 구성을 살펴보면 공중보건의 감소세는 뚜렷하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는 2014년 955명에서 지난해 677명으로 29.1% 줄었다. 그중 의사 공보의는 525명→ 239명으로 54.5%나 급감했다. 반면 치과의사 공중보건의는 184명→257명으로 늘었고, 한의사 공중보건의는 246명→181명으로 줄었다.
보건소·지소에서 의사수가 줄어든 것은 낮은 연봉과 열악한 근무 및 정주 여건, 공중보건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대 여학생 비율 증가, 의대생의 현역병 지원 증가 등이 공중보건의 축소의 원인"이라며 국방부·병무청과 함께 복무 기간 단축과 급여 개선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단순히 공보의 숫자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2월 의정 갈등 이후 병원을 떠나 공보의로 입대한 의사 3명 중 1명 이상이 고년차 전공의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년차 공보의 249명 가운데 36.6%(82명)가 고년차 전공의였다. 이들 상당수는 내과(43명), 응급의학과(11명), 신경외과(11명), 외과(6명), 소아청소년과(4명), 흉부외과(3명) 등 필수의료 분야 출신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다. 필수의료 기반이 무너지는 신호로 여긴다. 수련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응급·외상·소아과 등 국가적 필수의료 현장에 심각한 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고년차 전공의의 이탈은 개인 진로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과 직결된 국가적 손실"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종진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