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기문명 번성 압독국 거울 삼아… ‘기술창업’ 新문명 꽃피운다
임당·조영동 고분군 '임당유적전시관'
수천년 이어온 경산 정체성 고스란히
과거의 정신 배우고 미래 그리는 공간
복합 창업지원단지 '임당유니콘파크'
새로운 출발점이자 도시혁신 구심점
2027년 1월에 개소 목표로 조성 한창
'나의 우주, 나의 세계 경산'. 2023년 새로 선포한 경산시의 도시브랜드다. '우주'라는 말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담고 있다. 경산이라는 공간에 시간을 품은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2천년 전 압독이라는 나라가 있었던 경산의 우주와 지금으로부터 10년, 20년 뒤의 경산의 우주는 어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까.
누군가에겐 오랜 삶의 터전이었고 누군가에겐 새로운 경제 산업과 함께 미래를 비추는 등대가 되는 곳. 과거의 문화와 정신유산 위에 기업·기관과 대학의 인재가 미래를 그리는 곳. 이제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품은 경산이라는 우주가 그려가는 놀라운 미래를 만나러 간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한눈에 담기는 임당지구는 경산의 정체성을 집약한 상징적 공간이다.
압독국이 터전을 이뤘던 이곳에는 삶과 죽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단순한 지리적 공간을 넘어, 시간의 층위를 켜켜이 안고 있는 장소인 것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창업 도시의 출발점이다.
과거의 시간을 담아낸 임당유적전시관이 문을 열었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임당유니콘파크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두 공간은 단순한 지명이나 건물이 아니라, 도시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방향을 동시에 비추는 거울이다. 임당은 이제 한 도시의 역사와 비전이 맞닿는 시간의 교차점이 됐다.

사적 제465호 경산 임당동·조영동 고분군 위에 들어선 임당유적전시관. 지난 5월22일 개관한 이 전시관은 유물전시관, 어린이체험실, 미디어아트월, 국제학술세미나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시간과 함께 발굴된 유물들
지난 5월22일 경산시 임당동에 개관한 임당유적전시관은 그저 그런 박물관이 아니다. 사적 제465호 경산 임당동·조영동 고분군 위에 들어선 이 전시관은 압독국의 삶과 죽음을 오롯이 담아낸 기억의 공간이다. 수천 년 전의 흔적을 오늘의 말과 글로 풀어내는 이 공간은 지역의 정체성을 되묻고 미래를 향한 통찰을 던진다.
압독국은 낙동강 동편, 지금의 경산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작은 나라다. 그러나 그 문화나 유물만큼은 삼국을 통일한 신라 못지 않다. 압독국은 삼국의 세력 아래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며 철기 문명과 교역하며 성장해 나갔다. 수많은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은 이 왕국이 풍부한 문화, 정교한 철기 문명, 순장과 같은 장례 의식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또 동물과 자연을 숭배했던 흔적도 곳곳에 나타난다. 말(馬) 장식품도 적지 않다. 요즘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꾸미듯, 지배층이 말을 즐겨 타고 자신이 소유한 말을 다양하면서도 화려하게 치장하길 즐겼다는 점은 흥미롭다.

경산 임당유적전시관 임당유적실. 압독국 귀족의 장례 관습과 무덤 양식, 금동관, 토기 등 유물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재현했다. 사진은 압독국의 무덤 양식 등을 전시한 공간.
전시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상설전시실인 임당유적실에서는 압독국 귀족의 장례 관습과 무덤 양식, 금동관, 토기 등 유물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재현했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무덤의 형식과 부장품의 조합은 당시 사회 구조의 변화와 외부 문화의 수용 양상을 보여준다.
특히 자연유물실에서는 동물 뼈, 고인돌, 식물까지 복원해 놓아 실제 삶의 복잡성과 생태적 배경을 알 수 있다. 고고학과 생물학, 인류학이 만나는 융합 공간으로, 과거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든다.

경산 임당유적전시관 자연유물실. 압독국 사람들의 유전적 특성과 건강 상태,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곳으로 과학과 고고학과 생물학, 인류학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융합의 공간이다.

경산 임당유적전시관 자연유물실의 실감영상 상영관.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의 만족도가 높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전시관
전시관 2층에는 복원된 압독국 귀족과 순장자의 얼굴들이 전시돼 있다. 21세 여성 귀족, 15세 소년 순장자, 36세 여성 주피장자…. 고대인이 다시 살아난 듯한 이 공간은 시간을 건너 온 만남이 있다.
복원된 얼굴은 단순한 시각적 복원을 넘어 고대인의 유전적 특성과 건강 상태, 사회적 지위를 해석하는 단서가 된다. 고고학적 상상력이 아니라, 과학적 분석 위에서 살아난 얼굴은 관람객에게 감정적 교감을 불러일으킨다.
임당유적전시관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문화 플랫폼이기도 하다. 어린이체험실, 미디어아트월, 국제학술세미나 공간이 조성돼 있다.
체험 공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몸으로 배우게 하는 교육의 장이다. 개관 한 달 만에 누적 관람객이 2만 명에 이르렀고, 그 중 어린이 관람객 비율도 만만치 않다. 이는 유적 전시가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세대를 아우르는 공공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전시관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영동 고분군과 임당동 고분군, 남쪽의 금호강, 북쪽의 초례봉. 그리고 바로 그 맞은편에 '임당유니콘파크' 예정지가 눈에 들어온다. 과거의 무덤 옆에서 미래의 창업공간이 보금자리를 꾸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는 미래의 시간으로 이렇게 이어진다.

경산대임 공공주택지구 자족용지에 조성되는 복합 창업지원단지인 '임당 유니콘파크'는 초기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사내벤처 및 연구소를 위한 맞춤형 지원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사진은 2027년 1월 개소를 앞둔 임당 유니콘파크 조성사업 현장.
◆압독국을 바라보는 유니콘의 요람
압독국의 기억 위에 경산의 미래가 시작되는 곳, 임당유니콘파크다.
임당유니콘파크는 단순한 창업지원시설이 아니다. 경산시가 오랜 준비 끝에 내놓은 창업·산업·문화의 통합 생태계이자, 젊은 기업가들의 실험과 도전이 집약될 미래의 출발점이다.
임당유니콘파크는 경산대임 공공주택지구 자족용지에 조성되는 복합 창업지원단지로, 연면적 2만1천702㎡, 지하 2층에서 지상 6층까지 이어지는 대형 시설이다.
이 단지는 2027년 1월 개소를 앞두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경북도, 경산시가 함께 997억 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이 프로젝트는 경산시의 창업 중심도시 도약을 위한 핵심 전략이자, 도시혁신의 구심점이다.
유니콘파크는 창업열린공간과 지식산업센터의 두 축으로 구성된다. 두 공간은 각각 초기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사내벤처 및 연구소를 위한 맞춤형 지원체계를 갖춘다.
입주 대상은 ICT융합, 자율주행, 미디어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한 7년 이내 스타트업부터 유망 중소·중견기업까지 폭넓다.
이들은 단순한 사무실이 아닌, 코워킹 스페이스, 메이커스페이스, SW클라우드랩, 미디어콘텐츠제작실, 교육실 등으로 구성된 지능형 실험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해나갈 것이다.
공간 구성도 단순하지 않다. 84개의 입주 공간(창업열린공간 39·지식산업센터 45실)과 22개의 회의실, 다양한 휴게 및 커뮤니티 라운지, 세미나실, 이벤트홀, 체력단련실, 구내식당, 공유주방에 옥상정원까지. 입주 기업과 방문객이 교류하고, 쉬고,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입체적 환경이 설계돼 있다.
특히 1층 전시·체험 공간과 근린생활시설은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관문이자, 임당유적전시관과의 연계 지점을 형성한다. 유물과 유망 스타트업이 맞닿는 이 공간은, 과거와 미래를 시각적으로 이어주는 상징이 된다.
◆과거와 미래, 조화의 복합도시를 향해
임당유니콘파크가 조성되는 임당동과 계양동 일원은 원래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지역이다. 그러나 경산시는 이 지역을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문화-기술-교육-산업-주거가 유기적으로 엮이는 복합도시로 재구성하고 있다.
임당유적전시관이 과거의 가치를 지키고 있다면, 유니콘파크는 그 위에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두 시설이 나란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경산시가 도시를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서사적 공간'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임당유니콘파크라는 이름은 2022년 시민들의 공모로 정해졌다. 경산의 미래를 시민 스스로 함께 설계했다는 의미이자, 이곳이 지역공동체의 자산으로 기능하길 바란다는 표현이다. 유니콘파크는 경산의 청년에게는 기회의 발판이자, 지역경제에는 활력의 심장, 시민에게는 자부심이 담긴 이름이 될 것이다.
과거 철기문명으로 압독국이 번성했던 것처럼, 21세기의 경산도 기술과 창업으로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임당은 유물의 땅이자 꿈을 설계하는 혁신의 실험실이다. 임당유니콘파크에서 시작된 이 미래는 경산이라는 도시가 '기억을 기반으로 가능성을 설계하는 법'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 될 것이다.

경산 임당유적전시관 임당유적실. 압독국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이 왕국이 풍부한 문화, 정교한 철기 문명, 순장과 같은 장례 의식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흙 속에 묻혀 있던 유물들이 다시 빛을 본 것처럼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열정도 이곳 임당에서 빛을 볼 것이다. 그러므로 임당은 더 이상 잠든 땅이 아니다. 깨어난 유산이 살아 있는 미래를 잉태하는 곳. 경산의 내일이 임당에서 시작되고 있다.
글=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박준상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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