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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나쁜 ‘불패’들

2025-09-04 09:08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논설위원

중화권 무협소설의 거장 김용은 홍콩 유력지 명보를 창간한 언론인이기도 하다. 1959년 창간 때 그의 무협 신작 '신조협려' 독점 연재를 시작으로 '설산비호' '비호외전' '의천도룡기'를 잇달아 연재했다. 무협소설의 인기에 힙입어 신생지 명보는 치열한 홍콩 언론계에서 금세 입지를 다졌다. 김용의 소설은 중국에서만 3억부 이상 팔렸고, 숱한 작품이 드라마와 영화로 탄생했다. 1992년 개봉한 '동방불패'는 김용의 '소오강호'를 각색한 영화로, 홍콩 배우 임청하의 출세작이다. '동방불패' 2, 3 후속편이 나올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동방불패' 신드롬은 'ㅇㅇ불패' 유행어를 낳았다. '부동산 불패'란 말이 등장한 때도 그즈음이다. '부동산 불패'는 후일 '강남 불패'로 진화했다.


지금은 어떨까. '강남 불패'는 신화처럼 굳어졌다. 아니, 무너지지 않는 현실이 됐다. 지난 30년간 근로자 임금이 5배 오를 때 서울 강남 부동산은 20배 넘게 상승했다. 임금과 강남 부동산 간의 상승 갭을 불로소득으로 본다면 불로소득이 근로소득을 압도한다. '강남 불패' 신화가 잉태한 부정적 요인이다. '강남 불패'는 또 지역 격차, 자산 격차의 심각성을 은유한다. '똘똘한 한 채'의 상징적 언어다.


'의사 불패'도 다시 확인했다. 의대생 복귀와 함께 정부가 의사단체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면서다. 전공의 복귀 때도 특례를 허용했다. 대정부 투쟁에서 의사들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애먼 환자들만 고통을 겪었다. 의사뿐이랴. '검사 불패'는 더 고질적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사실상 독점해온 검찰이 무엇이 두려웠겠는가.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은 '검사 불패'의 명징한 장면이다. 띠지 스티커엔 지폐 발권일자, 담당자 이름, 기기 번호 등이 적혀 있다. 주요 수사 단서를 인멸할 만큼 간 큰 짓을 검찰 말고 누가 하겠나. 분실했다고? 정옥임 전 한나라당 의원이 정곡을 찔렀다. "잃어버린 게 아니고 버린 거겠죠".


무려 16개 범죄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왜 그땐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을까. "문재인 정부 검찰이 2년간 탈탈 털었다"더니. 검찰이 4년 수사하고도 무혐의 처분한 김 여사를 특검은 출범 41일 만에 구속했다. 이 무슨 조화인가. 김건희와 미래에셋증권 직원의 통화 녹취록을 검찰은 정녕 몰랐을까. "거기 계좌로 3억원을 넣었다. 차명으로 하는 것이니 알고 있으라".


'검사 불패'를 깨려면 검사 예외 관행부터 폐기해야 한다. 직무유기나 직권남용이 명백하면 단죄해야 마땅하다. 김건희 집사 노릇한 검사도 솎아내야 한다. 김 여사 무혐의를 주도한 서울중앙지검 3인방 이창수 전 지검장, 조상원 전 4차장, 최재훈 전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처결은 '검사 불패' 혁파의 시금석이다. 지귀연 판사의 기상천외한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딸 채용 비리 의혹은 차라리 곁가지다.


깨진 불패 신화가 있긴 하다. 보좌진 갑질 구설의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의원 불패' 공식이 깨졌다. 2005년 인사청문 대상을 전 국무위원으로 확대한 후 현역 국회의원 첫 낙마 사례다. 선거판 '안방 불패'도 깨져야 할 루틴이다. 영·호남의 특정 정당 몰빵 행태는 투표의 효용성까지 떨어뜨린다. 이제 판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 나쁜 '불패'는 인위적으로라도 깨야 한다. 박규완 논설위원


30년간 임금 5배 오를 때


강남 부동산은 20배 상승


'의사 불패'에 환자만 고통


'검사 불패'는 더 고질적


선거판 '안방 불패'도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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