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서구 평리1동 주민들이 공동 에세이집 '같이 쓰자고 하대' 출판기념회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평생 제 이야기를 글로 쓸 줄 몰랐어요. 먹고 사는 데만 바빴죠. 이제라도 제 삶을 찾은 기분이에요."
대구 서구 평리1동 주민들이 모여 책을 펴냈다. 주민 11명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두달간 글쓰기를 이어간 끝에 공동 에세이집 '같이 쓰다고 하대'가 나왔다. 저마다의 삶과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책을 펴낸 주민들은 지난달 동네 사랑방이자 문화공간인 성광슈퍼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이웃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리1동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 취약한 거주 환경 등으로 도시재생이 필요한 지역이다. 이번 책은 평리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주관한 '들마을 에세이 쓰기 교육: 나의 동네, 나의 이야기' 결과물을 엮은 것이다. '들마을 에세이 쓰기 교육'은 주민들이 동네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풀어냄으로써 마을에 대한 기억을 기록하고, 공동체 의식과 문화적 감수성을 고취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했는데, 그 중에는 난생 처음 글쓰기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었다.

평리1동 주민들이 함께 쓰고 펴낸 공동 에세이집 '같이 쓰자고 하대'. <평리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제공>
3부로 구성된 책은 삶에 대한 진심을 담은 4인의 작품 '그리고 좋은 마음으로 살았다', 이웃을 위한 마음이 돋보이는 7인의 작품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평리1동 주민 34명에게 특정 질문을 주고 답변을 받아 엮은 '멀리서 봐도 아는 사람들이 보인다'로 구성됐다. 특히 3부의 경우 평리1동 소재 비산초등 어린이들이 질문지를 만들어 의미가 깊다.
출판기념회에서 참가자들은 책을 펴낸 소감을 밝히며 서로의 경험을 나눴다. 동네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김영구(77)씨는 "젊을 땐 먹고 사는데 바빴다. 30여 가지 일을 했으니 안 해본 일이 없다. 글이란 건 늘 남의 것이라 생각했고, 삶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며 "그런데 이번에 글을 쓰면서 삶을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었다. 이제라도 내 인생을 찾은 기분이라 참 기쁘다"고 밝혔다.
배춘화(75)씨도 "내 글이 책에 실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부끄러운 동시에 무척 기쁘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이런 글쓰기 프로그램에 조금씩이라도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지영(50)씨는 "글쓰기를 하면서 숨겨온 감정을 꺼내니 힐링이 됐다"며 "무엇보다 저처럼 속 이야기를 꺼내며 울고 있는 선배 주민들을 보면서, 이런 감정을 가진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평리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측은 "주민들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깊은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며 "제목처럼 같이 쓰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소통과 화합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겼다"고 전했다.
한편, 평리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동네의 열악한 정주환경 개선을 통해 주민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공간 및 시설 개선뿐만 아니라 이웃 간 교류와 일상 속 문화생활 향유를 위한 사업들도 추진한다. 이번 출판기념회가 열린 장소도 과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다가 오랜 시간 방치된 '성광슈퍼'를 리모델링해 문화공간 및 동네 쉼터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