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안정과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 평가
불평등 해소 및 균형발전 정책은 과제로 남아
노란봉투법 등 제도적 변화에 대한 시각 차이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11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민생 회복에 속도를 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균형발전·양극화 개선 같은 근본 개혁 과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발빠른 민생 대응
지난 6월 취임한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소비쿠폰 지급, 한·미 관세협상 타결 등 발 빠른 대응으로 민생과 시장 안정을 도모했다. 코스피 지수가 3년 반 만에 3000포인트를 회복하며 금융시장이 기지개를 켰다. 반면 노동 양극화·균형발전 등 불평등 완화 정책 효과는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시급
불평등 문제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다. 대기업·공공부문과 중소기업·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른 소득 격차 역시 확대 추세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소득 하위 10%의 연평균 소득은 1천19만원인데 반해 상위 10%의 연평균 소득은 2억1천51만원이었다. 양측 간 소득 격차(2억32만원)가 사상 처음으로 2억원을 넘긴 것이다. 계층 간 자산 격차와 대기업·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모두 확대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납품단가 연동제 강화, 중소기업 노조 조직률 제고, 생산성 향상 지원 등으로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원청 기업의 높은 이윤이 하청 기업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다만 지난달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도적 토대는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원청-하청' 간 교섭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원청의 높은 이윤이 하청이나 노동자에게 이전되지 못했던 구조적 문제를 노동자·하청업체가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 시행(내년 3월) 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연쇄 파업이 현실화되고 기업 탈출 우려 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사회적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균형발전도 아직은 구호 수준
균형발전을 기치로 내세우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지만, 균형발전 정책도 아직 불분명하다.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성장 정책의 키워드는 '5극3특'이다.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5개의 초광역권(수도권, 부·울·경 동남권, 대구경북권, 충청지역 중부권, 호남권)과 3개의 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국가의 균형성장을 견인한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사업 내용을 비롯해 지역에 실제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지, 어떠한 파급효과를 수반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없어 아직까지 선언적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정한 공공기관 2차 이전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관건은 10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할 2차 이전 관련 연구 용역 결과다. 이 결과가 나와야 공공기관 2차 이전의 밑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용역 결과 발표 이후 '5극3특' 등 이재명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아메리카 쇼크·과도한 AI 기대' 우려
미국의 관세정책과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맞물리며 국내 제조업 일자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00년대 미국이 '차이나 쇼크'로 제조업 일자리를 잃었던 것처럼, 한국은 기업들의 대규모 대미 투자로 인해 국내 일자리가 새로 생기지 않는 '아메리카 쇼크'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시작된 중국산 저가 제품의 수입 급증으로 2000년대에 미국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하면서 산업 공동화가 벌어진 현상을 '차이나 쇼크'라고 부른다. 당시 이로 인해 미국 제조업 일자리 약 100만개가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들이 전기차·배터리·반도체 공장을 앞다퉈 미국 현지에 짓게 되면 수조원대 투자가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빠져 나가면서 한국 투자는 줄고 일자리는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정부가 내세운 인공지능(AI) 기반 성장 전략을 두고 생산성 제고 측면만 강조됐다는 비판도 있다. 일자리 감소와 불평등 심화 같은 부정적 파장은 간과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가 노동자를 대체하는 방향이 아닌 노동자의 역량을 보완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제도적 설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경모(세종)
정부세종청사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