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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빛의 길을 따라 한걸음

2025-09-11 17:03
이소연 문학평론가는 최근 출간한 자신의 두 번째 비평집 빛의 길을 따라 한걸음에서 " style="width:700px;height:467px;">

이소연 문학평론가는 최근 출간한 자신의 두 번째 비평집 '빛의 길을 따라 한걸음'에서 "현대 한국 문학의 흐름은 절망보다 긍정, 부정보다 낙관으로 나아가는 재건의 전조"라며 희망적 흐름을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신간] 빛의 길을 따라 한걸음

빛의 길을 따라 한걸음/이소연 지음/문학과지성사/268쪽/2만2천원


"나는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빛'이라는 구절 앞에서 오래 머물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무얼 들고 이 어둠을 밝혀야 하나." 한 평론가는 그 답을 '문학'에서 찾았다. 문학은 그를 살게 만든 책이 모여 만들어낸 은하계이자 수많은 사람을 살게 만든 희망의 네트워크였다.


2009년부터 한국문학의 흐름을 짚어온 문학평론가 이소연의 두 번째 비평집 '빛의 길을 따라 한걸음'이 출간됐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의 비평 활동을 엮은 것으로, '기억의 공동체'를 만들고자 꾸준히 기록해온 저자의 신간이다.


이번 비평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고통과 삶' '애도와 위로', 그리고 '빛'이다. 저자는 문학을 통해 지난 역사를 기억하고, 동시대의 불합리에 분노하며, 우리를 잇는 희망의 힘을 탐색한다.


저자는 서두에서 원제가 '비평의 어둠 걷기'였음을 밝힌다. 지난해 겨울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각자의 '빛'을 흔들던 장면을 목격하며,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빛을 들고 나왔다"는 당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문장을 떠올린다. 공사장 인부 노동자의 헬멧 위 헤드랜턴, 청년들의 손에 들린 케이팝 응원봉처럼 자신에게 이러한 '빛'은 책상 스탠드 불빛 아래의 책, 곧 문학이었음을 고백한다. 이에 "내가 이미 '가장 소중한 빛'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 비평집을 위해 지어두었던 제목을 고치기로 결심했다"고 전한다.


저자의 전작 '응시하는 겹눈'에서 김승희 소설가 겸 시인은 그를 "시대를 끌어안고 앓는 텍스트를 끌어안고 함께 앓은 비평가", 우찬제 평론가는 "오늘의 낯선 슬픔에서 오래된 지혜에 이르기까지 비평가의 관심은 넓고 깊다"고 평했다. 이번 책에서도 그러한 시선과 태도가 일관되게 이어진다.


책은 총 3부로, 각 부마다 다섯 편이 수록됐다. 1부 '이 시대의 문학, 북극성에 길을 묻다'는 사상 대립이 약해지고 대중문화가 피어났던 1990년대 문학으로 시작한다. 특히 2019년에 있었던 문학사 논쟁을 돌아보며 "이상적인 문학사는 불가능한 충동이나, 불가능을 추구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충돌하는 장이 바로 문학"임을 강조한다. 또한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는 1980년대 문학의 흐름이 21세기에 이르러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슬픔, 사회 구성원 전체의 트라우마로 이어지는 맥락을 짚는다.


2부 '길에서 만난 작가들, 잔존하는 빛을 따라 걷다'에서는 재난 서사와 포스트휴먼적인 감수성, 삶에 대한 몸부림을 그린 작품을 짚어본다. 이청준의 소설론부터 김초엽, 정세랑, 듀나의 소설, 그리고 권여선과 정찬을 다루면서 사랑, 연민, 고통 속 삶의 무의미함을 극복하기 위한 몸짓을 읽어낸다. 저자는 한국의 현대 문학이 "절망보다는 긍정으로, 부정보다는 낙관적 전망으로 나아가는 희망적인 흐름으로 계속 이어지는 재건의 전조가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담는다.


3부 '이야기의 징검돌을 짚고 한 걸음씩'은 한국 문학계에서는 실험적이고 낯선 소재 및 형식으로 선보인 작품에 주목한다. 고통, 상처와 아픔을 받아내는 독특한 시적 언어가 돋보이는 한강 작품을 특유의 문체를 파헤치며 접근한다. 또한 이상, 최인훈, 이인성이 각 시대마다 보여준 실험성이 '새로움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이밖에도 셰익스피어·황정은 등 경계를 깨뜨리는 문학,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여성 서사의 최근 동향까지 폭넓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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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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