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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2025-09-12 06:00
정만진 소설가

정만진 소설가

1992년 9월12일 미국 배우 안토니 퍼킨스가 병사했다. 한창 활동할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으니 개인으로나 영화계로서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의 아내 베리 베린슨은 사진작가이자 모델이었다. 그녀는 2001년 9·11테러 때 목숨을 잃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이었다.


안토니 퍼킨스의 대표작은 1960년 상영작 '싸이코'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 영화에서 그는 살인범 노먼 베이즈로 출연했다. 너무나 흉악한 범죄자 역을 너무나 실감나게 연기한 탓에 그 뒤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고착되었다. 그래도 영화사에 유방백세의 이름을 남겼으니 배우로서는 미련이 없을 터이다.


'싸이코'는 본래 로버트 블록이 창작한 소설이다. 모텔을 운영하는 노먼 베이즈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후, 어머니가 투숙 여성 마리온을 죽인 것으로 위장한다. 마리온은 경제 사정 탓에 결혼을 미루는 애인 샘 루이스를 설득하기 위해 회사 공금을 훔쳐 도피 중이었다. 동생 라일라가 언니 마리온의 행방불명에 의심을 느끼고 찾으러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라일라는 베이즈를 추적하고, 샘 루이스의 도움을 얻어 그가 범인임을 밝혀낸다. 베이즈는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소설 제목 '싸이코'는 베이즈가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에 대한 암시다.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를 사이코패스(psychopath)라 한다. 사이코패스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병질이 범행을 통해서만 노출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느닷없는 피해자가 생겨난다. 그에 비해 소시오패스(sociopath)는 스스로 자신의 특질을 인지하고 있다. '싸이코' 속 마리온과 같은 소시오패스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싶으면 반사회적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소시오패스는 몇 마디 대화만 나누어보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자부하지만 인간세상에는 소시오패스가 드물지 않다. 국가청렴도가 낮은 나라일수록 그렇다. 마리온만큼 거액이 아닐 뿐 여러 방법으로 소소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자들은 곳곳에 있다. 1918년 대구은행 주임 이종암은 은행 공금 1만500원을 들고 망명했다. 하지만 그를 소시오패스로 보는 시각은 없다. 이종암은 가져간 돈으로 의열단(義烈團)을 창단했다. 그는 위대한 의인(義人)일 따름이다.


독립 80주년을 맞아 부산상업학교 명예 졸업장이 이종암 지사에게 주어졌다. 순국 95년 만의, 아주 좋은 행사였다. 사전에 알았으면 필자도 수여식에 참석했을 것이다. 그를 현창하기 위해 장편소설 '의열단'을 쓰고 또 발표했던 일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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