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브레이크없는 독주, 이래놓고 민생협치 되겠나
여야가 합의한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수정안이 하루도 채 안 돼 파기됐다. 민주당은 대신 이른바 '더 센 특검법'을 원안대로 처리키로 했다. 민주당 강경파의 드센 반발에 지도부가 어제 합의안을 번복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뒤집기"라며 함께 합의한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에 협조할 수 없다는 태도다. 앞서 민주당 김병기·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필요한 인원만 증원키로 합의한 바 있다. 꽉 막힌 정국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여당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에 정국은 다시 경색 모드로 접어들게 됐다.
거대 여당은 지금 검찰 개혁, 노란봉투법 등 국가 대사를 좌지우지할 입법을 자신들의 뜻대로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동으로 형성된 협치 분위기도 여당의 정청래 대표가 하루 만에 먼저 걷어찬 상황이다. 정 대표는 최근 교섭단체 연설에서 '내란 정당'이라며 야당에 대해 다시 포문을 열어 화해 분위기를 무색하게 했다. 다음날 야당 대표가 '나 홀로 독재당'이라고 맞받아칠 만 했다고 본다. 여기다 각종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정책 입법에 급가속 페달을 밟는 탓에 이 대통령마저 속도를 조절할 것을 주문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민은 거대 여당의 독주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 갈등보다는 협치와 민생정치를, 경제난과 민생고를 해결할 구체적인 해법을 더 간절하게 바란다. 여당의 이런 초강경 독주에 가까스로 마련한 '여·야·정 민생협의체'도 제대로 가동될지 의문이다. 정치의 중심은 국민의 뜻과 삶에 둬야 한다. 여당부터 정략적 이해보단 민생을 살리는 정치의 도리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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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의 '비정상의 정상화' , 핵심은 지방균형발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현안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응답했다. 이 대통령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위헌논란, 검찰청 해체, 미국의 한국인 근로자 억류 등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비교적 솔직한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역의 입장에서 주목한바는 지방균형발전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 질문에 대해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는 수도권 집중에서 발생한다"고 전제했다. 굉장히 공감이 가는 인식이다. 불균형 성장을 바로잡을 지방 우대 정책들도 언급했다. 앞으로 모든 정책수립에서 환경영향평가처럼 지방균형발전 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재명 정부의 집권 비전(vision) 가운데 중요한 대목 중 하나가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계엄 사태 이후 허트러진 민주주의 질서 회복에서부터 주식시장을 비롯한 여러 사안까지 정상화를 부르짓고 있다. 균형발전도 마찬가지다. 이제 대한민국은 초밀집된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외, 지방지체의 비정상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 대통령도 언급했다시피 빈말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은 늘 균형발전을 강조했지만, 중앙행정부처의 정책수립 단계로 돌입하면 뒤로 밀리곤 했다. 그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당장 2차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계획수립이 조속히 완료돼야 할 것이다. 지역 최대 현안중 하나인 대구경북신공항의 경우도 균형발전평가 개념을 산입하고, 정부와 국방부가 K2 군공항 이전 예산 지원을 과감히 결정해 더이상 사업이 표류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의지 표명을 넘어 균형발전 정신이 현장에 투영되는 것을 지역민들은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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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치의 코스피지수…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코스피지수가 11일 3,334.20으로 마감하면서 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노란봉투법'(개정된 노조법 ) 등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는 입법 리스크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주는 불확실성, 내수위축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는 최고점을 다시 썼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현 50억원으로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정부의 증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코스피지수 사상 최고치는 더 큰 도약을 준비하라는 신호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코스피 5000 시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주가지수 5000시대는 기업의 실적과 실력이 뒷받침돼야 현실화된다.
그럴려면 정부와 정·재계는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본질적인 명제부터 명심해야 한다. 우선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안 중에는 노동·지배구조 개혁이라는 명분하에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들이 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 등으로 산업현장 곳곳에 드리워진 노사 갈등과 파업 불씨를 잠재워야 한다. 동시에 규제혁파와 지원정책을 통해 기업의 도전정신을 북돋워야 한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우리 주력산업이 관세전쟁 속에서 손해를 보지 않도록 정교한 통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AI(인공지능) 시대는 산업 전반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투명한 경영, 글로벌 경쟁력 확보도 필수적이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점을 경신한 지금, 실적과 실력이라는 진검 승부를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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