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새 801명 퇴사…286명은 1년도 못 채우고 병원 떠나
교대근무·환자 과중·스케줄 변동…“적응 전 탈진”
권역응급·외상·암센터 운영 병원, 인력 공백 직격탄
간호사 퇴직률, 지역 의료서비스 불안 요인으로 작용
“근무 환경 개선 없인 지방의료 회복 불가능” 경고

최근 5년 간 국립대병원 간호사 퇴직 현황.<김민전 의원실 제공>

최근 5년 간 국립대병원 간호사 근무 기간별 퇴직 현황.<김민전 의원실 제공>
최근 5년간 경북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에서 800명이 넘는 간호사가 사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대구경북지역 대표 거점병원에서 간호사 인력 공백이 생기자,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민전 의원(국민의힘)이 16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국립대병원 16곳에서 간호사 총 6천833명이 퇴직했다. 이 중 경북대·칠곡경북대병원 퇴직자는 801명으로, 부산대·양산부산대병원(1천313명), 서울대·분당서울대병원(1천255명), 충남대·세종충남대병원(913명)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문제는 퇴직한 간호사들의 상당수가 저연차라는 점이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퇴직자 중 286명이 입사한 지 1년을 채우지 못한 새내기 간호사였다. 5년 이하 저연차까지 합치면 절반이 넘는다. 즉, 병원 인력 구조가 안정되기도 전에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선 "입사 몇 달 만에 사직서를 내는 경우가 흔하다"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경북대병원에서 근무중인 A 간호사(40대)는 "교대근무와 잦은 스케줄 변경, 환자 수 과중에 따른 피로감 때문에 적응하기 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업무의 중증도가 높은데 신규 인력이 반복적으로 빠져나가면서 남아 있는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경북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증외상센터, 암센터를 동시에 운영하는 지역 거점 의료기관이다. 생명이 위중한 환자가 몰리는 만큼 업무 강도는 다른 병원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력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채우지 못하면서 '만성 인력난'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는 병상 가동률과 환자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 의료계 일각에선 "경북대병원이 지역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인력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대구경북 전체의 환자 진료에 심각한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같은 수치는 대구경북 지역 의료의 취약성을 드러낸 징후로 읽힌다. 특히 지방의료를 지탱하는 국립대병원마저 인력 유지에 실패한다면, 지역과 수도권 간 의료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들의 조기 퇴직은 개별 병원차원 문제가 아니라 지역 의료 생태계 전체의 안정성을 흔드는 구조적 위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민전 의원은 "특히 경북대병원처럼 권역의 핵심 기관에서 인력 이탈이 지속되면 지역 전체 의료체계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와 병원이 함께 현실적인 근무 환경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방의료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