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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의 세상만사] 우리나라 제조업은 안녕하신가?

2025-09-22 07:04

공대 외면 우리사회 분위기


제조업몰락 가져올 수 있어


미국 제조업 부활 외치지만


트럼프 뜻대로 되기 어려워


반면교사로 삼는 계기 되길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가공범'에 나오는 이야기다. 30년 전 일본을 회상하던 사람이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보다 단순히 돈을 굴리거나 광고로 벌어들이는 사람을 더 떠받드는, 참으로 이상한 시대였어요. 제조 현장이나 기술 직종을 싫어한달까, 우습게 여겼어요. <중략> 세상에 잔뜩 바람이 든 결과, 그때까지 일본을 지탱했던 제조업은 경시당하고 젊은 사람들도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이 보기에 엉터리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일본 경제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최악의 경제침체를 겪은 나라치고는 건재하다. 소설에서는 제조업 경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일본의 제조업 기초체력은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제조업 강국이다. 지난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해 우리나라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도 제조업에 대한 자신감에서였다. 아마도 소설에서는 제조업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거품 경제와 이후의 폭락을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에 대한 바람이라고 해석된다.


관세전쟁을 벌이면서 트럼프가 외치고 있는 '메이크 어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의 핵심 가치도 몰락한 제조업의 부활이다. 트럼프 지지층인 러스트벨트를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일지 모르지만, 표면적인 트럼프의 전략은 미국이 세계를 호령했던 '메이드 인 어메리카' 자동차·조선업 등 전통 제조업의 부활이다. 그러나 한번 사라졌던 제조업이 되살아나기는 쉽지 않다. 한국과 일본을 압박해 대미 투자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는 거둘지 몰라도, 트럼프의 바람처럼 미국에 건설된 제조업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조지아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사태에서 미국의 현실은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인을 구금한 뒤에 불법 이민자 단속을 잘했다고 칭찬하던 트럼프는 그들이 건설 핵심 인력이라는 사실과 미국에 그 역할을 담당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서 "그들을 환영한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라고 꼬리를 내렸다. 그는 "반도체·컴퓨터·선박·열차 등과 같이 우리가 다른 나라로부터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거나 "많은 경우 우리가 과거에 잘했지만 지금은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것도 인정했다.


우리나라 고도성장도 제조업과 중공업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제조업의 뼈대가 될 공대는 청년층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의대 만능주의'에 밀려 우수 학생들의 공대 진학은 드물다. 과학고마저 의대 진학의 발판으로 이용될 정도다. 어렵게 공대에 진학하더라도 기업이나 학계의 열악한 처우 등 여러 가지 문제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마저 이런 상황인데 중소기업의 처지는 더욱 어렵다.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은 청년층의 진입을 막고 있다.


전통적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을 따라잡기는커녕 중국에게도 추월당한 지 오래다. 인도와 베트남을 비롯한 더 많은 후발주자들이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가 우리나라에 손을 내밀고 협력을 구한다고 우쭐해하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공대에 대한 우호적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대만의 올해 1인당 GDP가 22년 만에 우리나라를 앞지를 것이라는 이야기는 우리가 되새겨봐야 할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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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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