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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끝에 서린 불굴의 혼… 대구간송미술관, ‘삼청도도-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展 개최

2025-09-23 16:23

국난을 이겨낸 문화적 자존심, ‘삼청첩’
시대의 아픔을 이겨낸 불굴의 예술혼
붓끝에 스민 애국심, 항일지사들의 기록

대구간송미술관 전시실 4에 세종대왕의 고손자 탄은(灘隱) 이정(李霆)의 시화첩 삼청첩 이 전시 중이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대구간송미술관 전시실 4에 세종대왕의 고손자 탄은(灘隱) 이정(李霆)의 시화첩 '삼청첩' 이 전시 중이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먹빛 비단 위 금빛 대나무가 선사하는 시각적 강렬함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세종대왕의 고손자 탄은(灘隱) 이정(李霆)의 시화첩 '삼청첩' 중 '신죽'의 모습이다.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대나무의 기세는 강하면서도 우아한 필치로 드러나 있고, 비단 위 생동(生動)하는 대나무의 기운은 국난 속 민족의 자존심을 표현하는듯 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지난 23일부터 오는 12월21일까지 광복 80주년 기념 기획전 '삼청도도-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를 미술관 내 전시실 4에서 1·2·3·4부로 나눠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등 위기의 시대에 선비 정신을 구현한 삼청(三淸 : 매화, 대나무, 난초) 작품 35건 100점을 4부로 나눠 선보인다.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디고 오늘날 우리와 만나는 이 작품들은 단순한 예술품을 넘어,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을 담은 살아있는 기록이자 증언이다.


이정 신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 '신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 간송미술문화재단>

1부 '삼청, 조선의 자존을 지킨 시대의 보물'에서는 이번 전시의 핵심인 보물 '삼청첩(三淸帖)'을 만날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에 칼에 의해 오른팔에 심한 부상을 입었던 이정이 자신의 건재함과 조선의 자존 및 사기를 북돋기 위해 완성했다. 삼청첩은 이정이 그린 삼청에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던 최립, 한호, 차천로가 글을 더해 '한 시대의 정신을 담은 보물(一世之寶)'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선조의 부마이자 정명공주의 남편인 홍주원의 가문을 통해 후대에 전해졌다.


특히 이번 전시는 삼청첩 56면 전체를 최초로 공개해 눈길을 끈다. 전시공간 3면을 둘러싼 하프미러와 내리깔리는 은은한 조명에 둘러싸인 삼청첩은 마치 400년의 시간을 초월해 이정과 다시 마주한 듯한 환상적 느낌을 선사한다. 삼청첩은 구한말 임오군란 때 인천으로 들어온 일본 군함 일진함(日進艦)의 함장 쓰보이 고조에 의해 일본으로 넘어갔다가 1935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455원에 다시 사들이면서 우리 품으로 다시 돌아오는 고난을 겪기도 했다. 삼청첩 중 우암 송시열의 발문 마지막 면 행간에 적힌 쓰보이 고조의 첨서에는 '메이지 15년' '조선 경성'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쓰여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이 전시 중인 삼청첩 중 우암 송시열의 발문. 발문의 행간에 적힌 일본 군함 일진함(日進艦)의 함장 쓰보이 고조의 첨서가 눈에 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대구간송미술관이 전시 중인 '삼청첩' 중 우암 송시열의 발문. 발문의 행간에 적힌 일본 군함 일진함(日進艦)의 함장 쓰보이 고조의 첨서가 눈에 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2부 '탄은, 대나무로 세상을 울린 한 사람'에서는 묵죽화 분야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이정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독자적 화풍을 정립한 40대부터 세상을 버린 70대까지 이정의 대표작들을 엄선했는데, 특히 묵죽화의 백미로 꼽히는 '풍죽(風竹)'에 눈길이 간다. 오늘날 5만원권 지폐 뒷면에 새겨진 이정의 '풍죽'은 거센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대나무를 통해, 어떠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선비의 기개를 보여준다. 또한 이정이 남긴 유일한 인물화 문월도는 탄탄한 구성과 세련된 필묵, 담백한 운치가 돋보인다.


이정 풍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 '풍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 문월도.<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 '문월도'.<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김진만 묵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개인소장>

김진만 '묵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개인소장>

삼청첩  앞표지.<대구간송미술관 제공, ⓒ 간송미술문화재단>

'삼청첩' 앞표지.<대구간송미술관 제공, ⓒ 간송미술문화재단>

오달제 묵매도.<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오달제 '묵매도'.<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3부 '절의 먹빛에 스민 선비정신'에서는 조선 선비들의 삶과 정신을 담은 삼청 작품 10건 16점을 소개한다. 인조반정 성공 후에도 청백리로 살았던 조속(趙涑), 병자호란 때 척화(斥和)를 주장하다 순절한 오달제(吳達濟) 등 국난 극복에 힘쓴 인물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의 그림은 시대를 관통하는 선비들의 강직한 정신을 묵묵히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4부 '불굴, 붓끝에 서린 항일의 결기'는 일제강점기 항일지사의 삼청 작품 11건 13점으로 채워졌다. 창칼을 닮은 묵죽화로 유명한 일주 김진우, 독립군 군자금 마련에 힘썼던 대구 출신 긍석 김진만 등 독립지사들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다. 삼청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극복하는 애국지사들의 묵묵한 외침은 당시 우리 민족의 고통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람객을 숙연하게 만든다.


백인산 대구간송미술관 부관장은 "이번 전시는 예술로 승화된 우리 선조들의 나라사랑과 절개를 만날 수 있는 자리"라며 "역사적 위기 때마다 나라를 지키려 애쓰셨던 분들의 삶과 예술을 통해 오늘날의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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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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