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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칼럼] 억류된 추억, 미국의 두 얼굴

2025-09-29 08:07
박재일 논설실장

박재일 논설실장

미국 비자로 '억류된' 경험을 나도 공유하고 있다. 오래전 미국 대학 저널리즘스쿨에서 연수할 때다. 국경 넘어 캐나다로 주말 여행을 갔다 돌아오다 입국심사대에서 문제가 생겼다. "당신은 원래 J-1 비자로 들어왔는제 오늘은 관련 서류가 없다". 아차 싶었다. 난 관광비자와 국무성 초청 J-1 비자를 모두 갖고 있어 상관없을 줄 알고 서류를 두고 나온 게 화근이었다. 이민국 관리는 지금 관광비자로 재입국하면 수일 내 한국으로 출국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학과 국무성에 다시 서류를 보내 J-1비자를 재발급 받아야 한다"고 고지한 뒤 풀어줬다.


미국이 느닺없이 비자 장사를 시작했다. 과학·기술·수학, 이른바 STEM 분야 전문직 일자리 H-1B 비자 발급 수수료를 100달러에서 무려 10만달러, 우리 돈으로 1억4천만원을 받기로 했다나. 외국인들의 미국 내 고급 일자리 잠식을 막겠다는 의도의 트럼프 정책이다. H-1B 비자는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미국 정착 과정에서 활용한 비자다. 트럼프는 심지어 미 영주권을 5백만달러에 팔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이 무척 사나워졌다. 한국은 몸소 체험했다. 조지아주(州)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317명의 한국인이 체포 구금된 것은 국가적 수치였다. 수갑을 채우고, 발에는 쇠고랑까지. 백에 백이면 한국에서는 절대 그런 일을 경험한 적이 없었을 이들인데, 우리가 존중해 마지않던 미국에서 수모를 당했다.


부대찌개는 원래 경기도 미군부대 주변 식당이 원조다. 미군이 먹다 만 햄 통조림을 빼돌려 찌개를 만들었다. 소득 수백 달러 시절의 추억 아닌 추억이다. 이게 지금 한국인 메뉴의 하나가 됐다. 그래서 이런 말도 생겼을까.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미국 가본 사람과 가보지 못한 사람'.


이재명 정부가 미국에 3천50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했을 때 국민은 긴가민가했다. "야~ 우리가 이렇게 컸나. 한화가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미국 군함을 만들어준다고". 국뽕식 애국심, 갑작스런 민족적 행복감이 스멀스멀 기어든다. 물론 무리수로 판명나긴 했다. 3천500억달러를 진짜 투자한다면 그건 한국 외환보유액의 80%를 넘어서고, 환율이 급등할 것이란 계산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인했으면 내가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은 합의문이 필요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대(對)국민 왜곡 보고를 한 바 있다.


미국인, 특히 백인은 친절하다. 내가 판단한 그 배경은 자신감 때문이다. 강하니까 친절하다. 미국은 지금 그런 친절을 잃고 있다. 한국은 이제 미국의 자유무역 대상국이 아니다. 일본, 유럽보다 관세를 더 물고 있다. 트럼프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에서 숙청과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SNS에 올린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한국의 현 정권이 탐탁지 않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급기야 3천500억 달러가 선불이라 한다.


4만명의 미군이 희생한 6.25전쟁 이후 한국 부흥을 목표로 한 UN 원조에는 미국의 도움이 가히 절대적이었다. 지금도 우린 미국이란 브랜드의 덕을 본다. 오징어게임과 케데헌, K-드라마가 장악한 넷플릭스는 미국회사이고, K-POP, K-Movie를 공인한 게 빌보드와 아카데미상, 토니상이다. 미국의 두 얼굴이 겹치고 있다. 트럼프가 퇴장하면 친절한 미국으로 돌아올까. 사실 그럴 것 같지도 않다는 데서 우리의 고민이 깊어진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


미국 가본 사람과 아닌 이들


점차 사나워진 전통의 혈맹


3천500억 선불내라는 트럼프


친절한 미국으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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