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1002020179957

영남일보TV

[신간] 재활용의 거짓말

2025-10-02 16:59
신간 재활용의 거짓말은 분리배출을 꼼꼼히 해도 결국 소각으로 끝나는 현실을 보여주며, 자원 순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구조적 변화를 제안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신간 '재활용의 거짓말'은 분리배출을 꼼꼼히 해도 결국 소각으로 끝나는 현실을 보여주며, 자원 순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구조적 변화를 제안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재활용의 거짓말/문관식 지음/헤르몬하우스/208쪽/1만7천

재활용의 거짓말/문관식 지음/헤르몬하우스/208쪽/1만7천

'분리배출'은 이제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하는 일상이 됐다. 라벨을 떼고, 비닐을 펼쳐 말리고, 종이를 묶어 쓰레기를 내놓는다. 학교에서도 분리배출이 필수라고 배우며, '분리배출표'를 받아와 냉장고에 붙인다. 환경문제가 대두되며 소비 습관도 달라졌다. '친환경 인증' '생분해 인증' 마크를 보고 제품을 고르며, '착한 소비'를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이제 분리배출과 착한 소비를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그런데 이런 우리는 정말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을까? 정부는 '재활용률 86%' '재활용 대국'이라는 성과를 내세운다. 그러나 실제로 다시 자원으로 쓰이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한국은 불에 태운 양까지 재활용 실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열 회수, 연료화, 소각은 재활용 범주에 넣지 않는다.


신간 '재활용의 거짓말'은 바로 이 간극에서 출발해 화려한 통계 뒤에 가려진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분리배출을 꼼꼼히 해도 결국 소각으로 끝나는 현실을 보여주며 적잖은 충격을 준다. 비용만 내는 시민,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 성과 관리에만 몰두하는 행정, 값이 떨어지면 곧바로 태워버리는 시장의 논리를 구체적 사례와 현장의 목소리로 짚는다. 그러면서 실적 중심 사회를 벗어나 자원 순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구조적 변화를 제안한다. 저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하는 보좌관으로, 환경·산업안전 분야의 정책 설계와 법률 개정에 참여하며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장관, 기상청장 표창 등을 수상했다.


책은 특히 민간에 맡겨진 환경정책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효율성을 명분으로 재활용 체계를 민간 업체에 위탁해 왔다. 처음엔 비용 절감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민간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며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최근에는 거대 자본이 재활용 시장에 뛰어들면서, 정책 방향마저 시장 논리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을 맞았다. 그 결과 시민이 분리배출한 쓰레기가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저자는 풍부한 현장 사례와 데이터를 들어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짚어낸다. 재활용이 기업의 수익 모델로만 남을 때 진정한 자원 순환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또 자원이 원활히 순환되려면 공공이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장치로 '다층적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한다. 이 모델은 시민, 민간 업체, 정부 등 각 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조정하도록 촉진해, 환경정책의 실행력을 크게 높이는 모델이다. 그러면서 주요 선진국들도 이 모델을 도입해 '분산형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모델을 도입하려면 투명한 정보공개 시스템과 효과적인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한다.


결국 분리배출을 실천하는 시민, 정책을 설계하는 정부, 시장과 기업 등 모두가 하나의 구조 안에서 평가와 정책 설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한 구조 안에서 경험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성과와 한계를 함께 점검할 때 비로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며 "이런 구조가 있어야만 정책의 실효성과 사회적 신뢰, 시장의 책임, 생활의 체감이 하나의 흐름을 이룰 수 있다"고 힘줘 말한다.



기자 이미지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