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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우리가 미국을 협박했다고?

2025-10-02 07:49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논설위원

# 흔들리는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미국에 의한 세계평화체제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나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떠받치는 트라이포드(삼각대)는 세계 1강의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소프트파워다. 지금도 세계 80개국에 미군이 주둔하며, '매그니피센트 7'으로 명명되는 미국 빅테크 기업이 첨단 기술과 글로벌 혁신을 주도한다. 지중해 전역을 장악했던 로마제국의 팍스 로마나, 해가 지지 않는다던 19세기 대영제국의 팍스 브리태니카 시기보다 미국의 위상과 역할이 더 절대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집권 후 미국은 달라졌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가 "성공한 제국의 덕목은 관용"이라고 꼽았건만 작금의 미국엔 관용이 사라졌다. 정의와 민주주의는 몰각하고 있다. 미국인 75%는 "미국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동맹에 약탈적 관세를 서슴지 않으며, 자유무역질서를 와해하고 FTA를 일방 파기했다. 관세 협상도 논리보다 억지다. "한국의 대미 투자 펀드 3천500억달러는 선불"이라며 채근한다. 그러면서도 한미 통화 스와프는 수용하지 않겠단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미국을 "막장 국가" "무법 국가"로 묘사했다.


# 물극필반(物極必反)


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뜻이다. 검찰 해체도 검찰권 오남용에 따른 물극필반의 결과다. 그러니 자의적 수사와 선택적 기소를 달인처럼 해왔던 검사들은 검찰의 종언을 너무 애달파하지 말라. 영국의 청교도 혁명과 크롬웰 독재, 이후의 왕정복고도 물극필반 사례다.


트럼프의 임기는 유한하고 영원한 동맹도 없다. 미국의 독선과 폭주는 필시 반작용을 부를 터. 미국·유럽의 서방 동맹은 시나브로 균열을 노정한다. 독일 기갑여단의 러시아 접경국 에스토니아 주둔도 각자도생의 일환으로 비친다. 구밀복검(口蜜腹劍)? 대놓고 미국에 맞서진 못해도 내심 이를 가는 동맹국이 꽤 있을 법하다. 미국의 관세폭탄이 미국 소비자에 부메랑이 된다면 이 역시 물극필반의 섭리다.


# 한국의 국익우선주의


미국이 고압적이고 무도해도 우리의 대응은 차분하고 뭉근해야 한다. 오직 국익을 관세 협상의 신조로 삼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미 투자 펀드의 "상업적 합리성"을 강조했다. 김민석 총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미 투자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미 통화 스와프는 필요조건이고 여기에 더해 충분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나쁜 선례' 탓인가. 미국 요구는 지난 7월 31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선언 때와 달라졌다. 김 실장은 당초 합의엔 "3천500억달러 대부분 대출과 보증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어쨌거나 미국과 '밀당'을 위한 전략적 언행들이다. "국회 동의 필요" 발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김 총리 인터뷰를 두고 "미국을 협박한다"고 비판했다. "반미 선동"이라고도 했다. 우리가 미국을 협박? 우리 외환보유고 80%의 현금 투자를 을러대는 미국이 한국을 겁박하는 것 아닌가. 미국의 무도한 행위와 무리한 요구엔 일언반구 공박하지 못하면서 정부만 때리는 야당 대표의 민낯이 의뭉스럽다. '억까'(억지로 까기)도 최소한의 당위성과 근거가 있어야 한다. 체코 원전 수출을 위해 웨스팅하우스와 굴욕적 종신 노예계약을 체결한 윤석열 정권의 정당이 할 소리는 아닌 듯싶다. 어떤 경우라도 정쟁이 국익을 앞설 순 없다. 논설위원



미국 관용 실종 정의는 몰각


동맹에 일방적 약탈적 관세


"3천500억불 현금 투자" 겁박


장 대표, 미국 무도함엔 침묵


'억까'도 당위성·근거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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