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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연휴, 대구간송미술관 ‘삼청도도’展 관람 어때...영남일보가 선정한 꼭 봐야할 8점은?

2025-10-04 10:56

추석 당일(10월6일 휴관) 제외하고는 정상 운영
국난에도 절개 지킨 절의지사의 매죽난 작품 선보여

이정 신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 '신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 간송미술문화재단>

대구간송미술관의 광복 80주년 기념 기획전 '삼청도도 - 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가 지난달 23일 개막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호응 속에 3일부터 긴 추석 연휴가 이어지는데, 명절 기간 동안 가족과 함께 대구간송미술관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영남일보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삼청도도'展(전)이 공개하는 문화유산 중 관람객이 반드시 살펴봐야 할 주요 작품 8점을 선정해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힘든 상황 속에서 굳은 절개를 지켰던 절의지사(節義之士)들의 삼청(三淸: 매화, 난초, 대나무) 작품 35건 100점을 선보인다.


◆삼청첩 중 '신죽' '석란' '월매'


'삼청첩'은 조선왕실 출신의 문인화가 탄은 이정(1554-1626)의 시화첩이다. 임진왜란 때 왜적의 칼에 오른팔을 크게 다친 이정은 부상이 회복되자, 필생의 역작을 기획한다. 최고급 재료인 먹물을 들인 비단에 금으로 매화, 난, 대나무를 그리고 우국충정의 심경을 담은 자작시를 함께 엮었다.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국난을 맞아 군자의 기상을 담은 그림으로 사기(士氣)를 진작시키려는 의도였던 듯하다. 이에 공감한 최립, 한호, 차천로 등 당시 문단의 거장들이 잇따라 힘을 보태면서 '일세지보(一世之寶, 한 시대의 보물)'가 탄생했다.


화첩의 첫 번째 그림으로 어린잎이 무성하게 돋아난 '신죽(新竹, 새로 나온 대나무)'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간다. '삼청첩'에 실린 대나무 그림은 모두 12폭인데, 죽순부터 새로 돋은 잎, 굵게 자란 줄기, 오래돼 마른 대나무 등 생장 과정 중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비와 바람, 이슬과 서리, 안개 등 날씨와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대나무의 모습이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돼 있다. 댓잎의 청신한 생명력이 이정 특유의 힘 있는 붓질과 정돈된 구성,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대구간송미술관 전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대구간송미술관 전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이정 석란 .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 '석란 '.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석란(石蘭, 바위와 난초)'은 삼청첩 중 자연 배경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일찍이 공자는 깊은 숲에서 자라며 사람이 없어도 꽃을 피우고 향기를 뿜는 난초의 특성을 군자의 덕성에 비유했다. 공자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듯 산속 물가에서 홀로 향기를 뿜고 있는 난초를 그렸다. 바위와 절벽 사이 좁은 틈에서 난잎은 바람에 날리듯 유연하고 힘 있게 자랐고 서너 송이의 꽃도 피워냈다. 소인(小人)을 상징하는 가시나무를 바위 밑동에 그려 난초의 상징성과 형태를 대비적으로 강조했다.


이정 월매.<대구간송미술관 제공, ⓒ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 '월매'.<대구간송미술관 제공, ⓒ 간송미술문화재단>

'월매(月梅, 달과 매화)'는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밤의 차가운 공기와 은은한 매화 향기가 떠오르는 작품이다. 둥글게 뜬 달을 배경으로 꽃이 핀 매화 줄기를 근접한 시선으로 그렸다. 화면 위쪽의 달은 유백법을 활용했다. 유백법은 달이나 눈 등을 표현할 때 옅은 먹으로 주변을 칠해 형태를 드러내는 기법이다. 금니는 먹물과 달리 아교의 점성으로 인해 유백법을 쓰기 힘들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작은 점들을 촘촘하게 찍거나 흩뿌리는 방식으로 선염의 효과를 냈다.


이정  풍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정 '풍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풍죽(風竹: 바람에 맞선 대나무)


휘몰아치는 강풍에 맞선 대나무를 화폭에 옮긴 '풍죽'은 이정의 묵죽화 중에서도 절정의 기량과 최상의 품격을 지닌 작품이다. 간결한 구성, 극명한 농담의 대비, 강경한 필치로 인해 화폭 전체에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정중동(靜中動)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엄정하고 강렬하다. 고난과 시련에 맞서는 선비의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풍죽의 본질과 의미를 이만큼 잘 살려낸 작품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듯하다. 천부의 자질과 부단한 수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왕손이자 선비로서 격변의 시대를 당당하고 올곧게 걸어갔던 이정의 삶을 돌아보면, 이 '풍죽'에 흐르는 고고함과 강인함은 단지 붓끝의 기교로 이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조속 묵매.<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조속 '묵매'.<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조속(趙涑, 1595-1668)의 묵매(墨梅)


조속은 인조반정에 참여했으나 훈록을 사양하고 은거하며 절의와 청렴의 본보기로 존숭 받았다. 조속의 명성을 더욱 드높인 것은 서화도 큰 몫을 했는데, 특히 묵매는 당대 제일이었다. 파묵과 발묵을 혼용하며 몰골로 처리한 둥치와 가지에서 세련된 감각과 필치가 드러난다. 다양한 꽃의 묘사, 이끼점의 운율, 여백의 구성 또한 탁월하며, 단아하고 절제된 아름다움 속에 화가의 고결한 삶과 정신이 잔잔하게 전해온다.


허목 월야쌍청.<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허목 '월야쌍청'.<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허목(許穆, 1595-1682)의 월야쌍청(月夜雙淸: 달밤의 두 가지 맑음)


예송논쟁의 주역으로 잘 알려진 유학자 허목은 서화에도 깊은 조예를 갖추고 있었다. 보름달이 뜬 밤을 배경으로 매화와 대나무를 그렸는데, '삼청첩'의 '월매'와 구성과 형식이 유사해 그 영향을 받은 듯하다. 고목의 깊은 옹이와 거친 표피에서 풍상을 견뎌낸 자취가 느껴진다. 가지에 핀 꽃들은 달빛에 조응하며 그윽한 암향(暗香)을 피워내고, 댓잎은 눈바람을 견디느라 억셀 대로 억세졌다. 풍상고초를 의연하게 감내하는 선비의 고고한 자태가 절제된 필치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김진우 묵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김진우 '묵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문화재단>

◆김진우(金振宇, 1883-1950)의 묵죽


항일지사 김진우가 51세 가을에 그린 묵죽 쌍폭으로 그가 지향한 묵죽화의 정신과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하늘을 향해 솟구치듯 오른 대줄기를 화면 중앙에 배치했는데 어긋난 마디는 삼엄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뭉툭하게 각진 댓잎과 바늘처럼 뾰족한 댓잎들이 어우러지며 미묘한 대비와 독특한 운율감을 전해준다. 김진우의 묵죽은 40대 이전에는 화보풍이었지만, 이후에는 이처럼 병장기처럼 변해갔다. 억센 대나무 마디와 질긴 살 껍데기에 배어있는 강인성은 죽창을 연상케 하며, 탄력 있는 댓잎은 버들잎 모양 화살처럼 날카로운 긴장감을 드러낸다. 이렇듯 서늘하고 차디찬 기운이 김진우 묵죽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으며 묵죽으로 항일의 의지를 토해내던 지사의 기개가 오롯이 전해진다.


김진만 묵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 개인소장>

김진만 '묵죽'.<대구간송미술관 제공 , 개인소장>

◆김진만,(金鎭萬, 1876-1934)의 '묵죽'


긍석 김진만은 조선국권회복단, 대한광복회에서 활동했으며, 군자금 마련을 위해 '대구권총사건'으로 8년을 복역했다. 출옥 이후 서화에 몰두하며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는데, 스승 석재 서병오를 좇아 사군자를 즐겨 그렸다. 이 '묵죽'은 밑동에서 교차하며 화면 밖으로 뻗어나간 굵은 줄기가 호방하고 장쾌한 인상을 준다. 특히 마디를 분절하지 않고 '일필죽간', 즉 한 번의 붓질로 줄기를 묘사해 그 기세가 더욱 충만하다.


대구간송미술관 관계자는 "긴 명절연휴 대구간송미술관을 찾아 국난의 시기 예술을 통해 나라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던 선현의 정신을 기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올해 추석연휴 기간 중 추석 당일인 6일(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정상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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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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