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강 작가의 도서를 사려는 시민들이 늘었다. 노벨상 수상 직후인 2024년 10월13일 오전 대구 교보문고에 한강 작가의 도서가 일시 품절되었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영남일보 DB>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 오는 10일로 1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수상 직후 전국을 강타했던 이른바 '한강 효과'는 지역 사회에서는 일시적인 반짝 현상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대구의 도서관과 서점, 동네책방에서까지 한강의 책을 찾는 독자들의 발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문학계와 지역 출판계는 세계 속 한국문학의 위상을 드높인 이 역사적인 대사건 앞에 국내 독서 문화의 도약을 기대했지만, 그 열기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특히 지역 출판계 관계자들은 "한강 효과는 잠깐의 반짝임에 그쳤다"고 입을 모았다.
8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통합전산망 판매 보고서에 따르면,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인 지난해 10~12월 종이책 판매 부수는 각각 976만부, 827만부, 1천37만부였다. 지난해 전체 판매 부수의 26.3%를 차지하는 수치다. 특히 한강 책의 주요 장르인 소설책 판매가 당시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소설책 판매 부수는 205만부로 수상 직전인 전월 대비 무려 223.2%나 껑충 뛰었다. 지난해 10~12월 소설책 판매 부수는 그 해 전체 소설책 판매량의 44.7%를 달한다. 다만 한강 책을 비롯해 일부 문학 작품들만 많이 팔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와 비교하면 '한강 효과'는 일시적인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달 종이책 판매부수는 863만부로 지난해 9월(834만부)과 비슷하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11.6% 줄었다. 노벨상 수상 직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소설책은 64.4%나 감소했다. 교보문고 대구점 관계자는 "수상 직후에는 한강 작가의 주요 작품이 모두 품절되고,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모든 독자층이 한강 작가의 책을 찾았다. 지금은 60대 이상 여성을 중심으로 독자층이 바뀌었고, 매장 입구에 한강 작가 전용 매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노벨상 직후와 같은 품절 사태는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역 출판업계에서 더욱 체감된다. 출판은 사회 이슈, 경기 등 대중의 관심사에 특히 민감한 업종인데, 계엄 사태와 조기 대선 등 정치사회적 변동으로 책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줄었다. 대구의 한 출판사 대표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강 작가의 수상은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였지만, 지역출판 시장 규모가 늘어나는 변화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강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도 전에 계엄 사태로 대중의 관심이 정치 이슈로 쏠렸고, 유튜브나 정치 뉴스로 독서 수요가 분산됐다.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다른 출판사 대표도 "소설책은 사정이 조금 낫겠지만 다른 장르의 책은 판매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며 "경기가 어렵다보니 독자들이 책을 읽어도 직접 구매해서 읽지는 않는 듯하다"고 했다.
한편 지역 도서관 측에서는 한강 효과가 도서관 이용층을 다양화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노벨상 수상 직후에 한강 작가의 책을 빌리려는 시민들이 몰리며 대구지역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한강 작가의 책을 빌릴 수 없었다. 일부 도서관들은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복본을 추가 구입하기도 했다. 대구의 한 도서관 관장은 "요즘은 그때만큼 인기가 있진 않아 대출 가능한 (한강 작가의) 책이 많아졌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여파로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났고, 그 중에는 도서관에 처음 오는 시민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