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내년 지원사업…연 최대 2억원 조사·전승환경 지원, 국가·시도 무형유산 등재 추진

수백명의 순흥면민이 동서로 나뉘어 용줄을 잡아당기는 '성하·성북 줄다리기'가 펼쳐지고 있다. 영남일보 DB
경북 영주시 '순흥초군청 제례 및 절기풍속'이 국가유산청이 주관하는 내년도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 대상에 선정됐다. 농민 권익을 지키던 자치조직의 의례와 농경 절기가 결합된 전통으로, 지역 자치·질서 회복의 역사를 품은 생활문화유산이란 점을 인정받았다.
영주시는 8일 국가유산청이 내년 국가·시도 무형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는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 지원 대상 15건을 발표하고 '순흥초군청 제례 및 절기풍속'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선정 과제에는 연 최대 2억원이 지원돼 학술 조사·기록화·전승 기반 구축이 병행된다.
'순흥초군청 제례'는 조선 말~대한제국기 순흥 고을에서 초군청(樵軍廳)이라는 농민 자치기구가 민생·치안을 스스로 돌보며 이어온 의례·놀이·행정 재현이 결합된 연행이다. 지신밟기와 길놀이로 풍년을 기원하고, '입청·영접'에서 초군 좌상과 육방이 관원 행차를 맞는 장면, 검은 황소를 거꾸로 타고 거문고를 바치는 상징 행위, 재판장 연희와 아전 행차로 마무리되는 퍼레이드-의례-행정놀이 구조가 골격이다. 전승 축제는 정월 대보름의 달집태우기, 줄다리기 등 절기 풍속과 맞물려 진행돼 왔다.
지역 학계는 순흥초군청을 "우리나라 최초의 농민자치기구로 볼 수 있는 사례"로 평가한다. 1900년 전후 토호 세력의 횡포와 행정 공백 속에서 초군청을 주도한 김교림이 관가에 '순흥초군청인' 직인을 받아 반(半)관청 체계를 갖추고 질서를 회복했다는 서술이 '순흥향토지' 등 자료에 남아 있다.
영주시는 '순흥 초군청 민속문화제' 등으로 길놀이→입청·영접→재판장 연희의 서사를 무대·거리 결합형으로 재현해 왔다. 이번 선정을 계기로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조사·교육·아카이브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영주시 관계자는 "3차 사업까지 진행한 뒤 국가무형유산으로 등록할지, 경북무형유산에 등록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초군청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데 현재는 조율 단계"라고 말했다.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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