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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길]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2025-10-10 06:00
김성희 새마을문고대구서구지부 회장

김성희 새마을문고대구서구지부 회장

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세대마다 다른 모습이 보인다. 어떤 이는 늘 익숙한 메뉴를 반복해 주문하고, 또 다른 이는 매번 새로운 음료를 꼼꼼히 고른다. 어느 날 직장 선배와 신입 직원이 함께 찾아왔을 때도 그랬다. 선배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후배는 '샷 추가한 바닐라라테, 얼음은 세 조각'을 주문했다. 단순한 기호 차이 같지만, 익숙함을 중시하는 세대와 자기 표현을 중시하는 세대의 태도가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세대 간 차이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는 이런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베이비부머, X세대, MZ세대가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 속에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만하면 잘 살았다"는 선배 세대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후배 세대의 시선은 충돌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비춰보는 거울이 된다.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잘 대해주기보다 잘 되게 해주라"는 조언이다. 선배가 후배를 무조건 감싸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단단히 대비시키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진정한 어른의 역할임을 일깨운다. 꼰대와 광대의 차이가 '쪼기와 품기'의 균형에 달려 있다는 설명도 의미가 깊다. 지적만 하면 꼰대가 되고, 품기만 하면 광대가 되지만, 균형을 아는 이가 진짜 어른이라는 메시지가 오래 남는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의 대화에서도 이런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세대마다 즐겨 찾는 메뉴는 다르지만, 한 잔의 커피 앞에서 마음을 나누는 순간은 같다. 중요한 것은 다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며 이어가는 일이다.


책을 덮는 순간, 하나의 물음이 오래 남았다. "나는 당신 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세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시대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일이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갈등은 두려움이 아니라 성숙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된다. 이는 마치 줄탁동기(啐啄同機)와도 같다. 안에서 두드리는 힘과 밖에서 응답하는 힘이 만날 때 알이 깨지고 새 생명이 태어나듯, 세대 역시 서로의 노력이 맞물릴 때 새로운 길을 연다. 작은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연습은 가정과 직장,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평화를 여는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런 연습은 멀리서가 아니라 일상의 자리에서 시작된다. 카페의 작은 테이블 위에서 오가는 대화가 바로 그 첫걸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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