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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상 풍경/원전과 지방소멸

2025-10-12 20:36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우려가 현실이 됐다. 결국 '탈(脫)원전 시즌2'가 방영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 '탈원전'에 손을 들어준 탓이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서다. 속편이 나오지 않길 바랐던 많은 이들은 이 대통령의 실리 추구 기조에 기대를 걸었지만, 희망회로에 불과했다. 애당초 탈원전파로 꼽히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 에너지 분야 지휘권을 맡긴 것 자체가 기존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인식 또한 탈원전파와 궤를 같이한다. "짓는 데 15년 걸리는 원전은 AI 시대 대안이 아니다. 쓸데없는 원전 논란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1~2년 내 전력 공급이 가능한 태양광과 풍력을 건설해야 한다"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도입은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지만, 정부 내에선 반향 없는 메아리에 그친다. 정부는 신규 원전 도입 계획을 철회하고 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에너지 수급 계획을 내놓을 작정이다.


탈원전 시즌2의 조짐에 산업계의 근심은 커진다. 하지만 이보다 지방의 산업도시들은 더 좌절한다. 이들 도시는 원전산업을 지역소멸을 구원할 이른바 '동아줄'로 여기고 있다. 탈원전파가 그렇게 혐오하는 원전에 지방이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전이라도 유치해야 소멸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은 방산과 함께 수도권이 유치를 꺼리는 몇 안 되는 '돈이 되는 산업'이다. 지방의 많은 지자체가 SMR과 방산을 차세대 육성산업으로 채택, 이 분야 국가 프로젝트 유치에 이전투구를 하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버린 자식'이 지방에선 구세주로 환대를 받으니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다.


당장 경북도의 동해안 에너지산업벨트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딪혔다. SMR을 비롯한 원전산업 육성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 역시 위축될 공산이 크다. 여기다 SMR을 통한 포스코의 저탄소 철강설비 완성과 탄소중립형 전력원 확보에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울산 역시 원전을 바탕으로 한 'AI 수도'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지 않을지 전전긍긍한다. 원전의 값싼 전력을 바탕으로 신산업을 키워보겠다는 지방의 야심찬 구상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 셈이다. 원전 생태계가 붕괴하면, AI 시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중요한 원천을 잃게 된다. 이 대통령이 애착하는 태양광과 풍력이 원전의 경쟁력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은 미국과 유럽의 사례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탈원전 시즌2는 지방의 산업 부흥에 치명타다. 이 대통령의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라는 외침이 공허한 수사처럼 들리는 이유이다. 원전 대신 태양광과 풍력이 지방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그와 탈원전파의 희망회로일 뿐이다. 태양광, 풍력이 탄소중립을 위해 가야 할 길은 맞다. 그렇지만, 원전 또한 무탄소 에너지인데 굳이 지방소멸의 동아줄을 희생하면서 강행하는 게 올바른 정책인지 의문이다. 그것도 유럽에서 실패로 판명이 난 정책을.


지방소멸 시대, 지역이 원하는 것은 단지 사람과 일자리만 있다면 궂은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점이다. 그게 원전이건, 방산이건 가리지 않을 만큼 다급하다. 지방의 애타는 심정을 이 대통령이나 탈원전파가 조금이라도 이해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정부 탈원전으로 전환 조짐


원전 바탕으로 신산업 추진


지방도시들 구상에 치명타


원전이라도 유치해야 하는


지방의 절박함 알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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