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숙 국제공인 죽음교육전문가가 귀천준비학교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상실'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김동 시민기자

안영숙 국제공인 죽음교육전문가가 귀천준비학교에서 '사별, 그 후의 삶'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김동 시민기자
추석을 앞둔 9월 30일 오후, 달성군종합사회복지관 1층 사회교육실에서는 조금은 특별한 수업이 열렸다. 이름하여 '귀천(歸天)준비학교' '내 삶의 아름다운 마침표'라는 부제의 이 프로그램은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차분히 바라보고, 존엄하게 맞이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는 자리다. 이날 교육은 프로그램의 5회차로 지역 주민 13명이 참석했다.
복지관 담당자 김효진 복지사는 "이번 프로그램은 죽음을 두렵고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수업을 통해 삶의 끝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남은 여정을 더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라며 "단순히 '잘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결국 '어떻게 잘 살아낼 것인가'로 귀결된다"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교육은 9월 2일(화)부터 11월 4일(화)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간씩, 총 9회기에 걸쳐 이어진다. 교육 내용은 크게 3 과정으로 구성됐다. △첫 과정은 '죽음에 대한 이해', 죽음의 특성과 태도에 대해 담담히 배우며 두려움을 내려놓는다. △두 번째는 '존엄한 죽음',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며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를 성찰한다. △마지막은 '장례문화의 이해', 직접 유언장을 써보고 '나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실습도 이어진다. 특히 7회차에는 군위 묘원 현장 답사가 마련돼 있어, 수강생들은 죽음을 보다 현실적인 삶의 일부로 체감하게 된다.
참여자의 반응은 진지하면서도 따뜻하다. 강현숙(67·구지면 국가산단서로)씨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참여해 구체적으로 배우니 훨씬 도움이 되고,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지금은 혼자보다 함께 배우고 대화 나누는 과정에서 큰 힘을 얻고 있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죽음 준비 교육'은 낯설다. 그러나 초고령 사회로 향하는 발걸음 속에서, 웰다잉은 점차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죽음을 말하는 것이 금기어로 여기던 분위기에서, 이제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곧 삶을 더 깊게 사는 일"이라는 인식이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달성군종합사회복지관의 이번 '귀천준비학교'는 삶과 죽음을 함께 성찰하는 치유의 공간이다. 어쩌면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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