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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밸류체인’에서 ‘밸류웹’으로…

2025-10-15 17:09
최영렬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 전문가

최영렬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 전문가

2차전지 산업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성장과 지정학적 격변의 한복판에 서 있다. 폭발적 수요는 축복이지만 원자재 확보 경쟁과 공급망 불안정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또한 미국의 자국 중심 패권 드라이브와 유럽연합의 핵심원자재법 등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규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많은 기업들이 폐배터리에서 원료를 회수하는 'Closed Loop(닫힌 고리)' 모델에서 순환경제의 해법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에 가깝다. 기존 선형적 밸류체인(Value Chain) 끝에 재활용 고리 하나를 덧붙이는 것 만으로는 다가올 공급망 쓰나미를 막아낼 수 없다. 특정 지역에 편중된 재활용 인프라는 또 다른 형태의 종속을 낳을 뿐 근본적 회복탄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밸류체인 이라는 낡은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 2차전지 산업의 생존과 성장은 여러 산업의 플레이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차원의 밸류웹(Value Web)을 누가 먼저 설계하고 주도하는가에 달려있다. 밸류웹은 단순히 물질의 흐름을 잇는 것을 넘어 데이터와 가치 거버넌스가 함께 흐르는 역동적 생태계다. 예측 불가능한 외부 충격에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 강인한 회복탄력성을 지닌 그물망과 같다.


이 거대한 전환을 이끄는 핵심 전략이 바로 확장형 수직계열화 EVI(Expanded Vertical In tegration)이다. 과거 수직계열화가 생산 효율을 위해 공급망을 통제하는데 집중했다면 확장형 수직계열화는 생태계의 핵심 거점을 선점하고 참여의 규칙을 만들어 전체 판을 설계 하는 개념이다. 재활용 허브 소재 공장 등 다른 기업들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길목을 선점함으로써 생태계의 조율자(Orchestrator)가 되는 것이다.


글로벌스탠더드 재편과 미국의 자국 중심 패권 드라이브, 유럽연합의 핵심원자재법 등 은 이러한 밸류웹 설계를 강제하는 지정학적 촉매제이다. 공급망 전체의 투명한 데이터 증명을 요구하는 이들 규제는 역설적으로 기업들이 각자의 밸류웹 안으로 파트너들을 끌어들이고, 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뭉치게 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래의 승자는 최고의 배터리를 만드는 제조사를 넘어 가장 견고하고 활력 넘치는 밸류웹을 구축하는 생태계 설계자가 될 것이다. 이제는 제품이 아닌 생태계를 설계하고 경쟁사가 아닌 파트너와 함께 그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우리 기업들이 이 거대한 전환의 설계자로서 첫걸음을 내딛기를 기대한다.


최영렬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 전문가(ISO국제심사원·메가프로젝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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