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의 서울, 도시랭킹 급상승
외국인이 주목하는 한국도시
대구의 골목길도 세계적 수준
차기 대구시장이 주목할 지점은
세계10대 도시, 공상은 아니다

박재일 논설실장
K-pop 애니메이션 영화 '케더헌'의 열풍으로 서울이 세계적으로 떴다고 한다. 고즈넉한 성곽, 독특한 건축미의 기왓집, 좁은 상가 골목길, 심지어 한강을 배경으로 한 전철 결투신까지, 서울을 향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나. 영국 옥스포드 대학 산하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매년 세계 1천개 대도시를 놓고 도시 랭킹을 발표한다. 서울은 지난 6월 공개된 2025년 순위에서 15위에 올랐다. 지난해 41위에서 26계단 상승했다. 뉴욕, 런던, 파리가 1,2,3위다. 탑10에는 아시아에서 도쿄가 9위로 유일하다. 대구 랭킹이 궁금한데 321위, 생각보다 괜찮은 걸까. 부산 281위, 전주가 314위로 대구 앞 이었고, 청주 332위, 대전 341위로 대구 뒷줄이었다. 옥스포드의 5개 평가 항목은 경제력, 인적자원, 삶의 질, 환경, 행정력(goverance)이다.
'21세기 세계는 도시 경쟁시대'로 규정한 지 오래됐다. 국가는 여전히 중요한 체제이지만, 하루 수만 대의 비행기와 선박이 오가며 물적·인적 교류를 가능케 하는 지점은 결국 도시다. 여기다 지구촌 IT신경망은 도시간 연결에 가속도를 붙이고, 도시 밀도를 무한정 끌어올린다. 대구만 해도 20년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30~40층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대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들이 찾았다. 대구를 처음 접한 그들은 "도시가 굉장히 크다"고 했다. "눈 앞의 큰산(앞산)이 인상적이다, 거리가 깨끗하다, 교통이 편리하다"는 평도 많았다. 인구규모와 청결, 교통 같은 도시의 기본요소에서 대구는 일정 수준을 넘었다. 한때 400만 도시를 계획했던 대구는 그런 야심을 지워도 될 법하다. 먹고 사는 의식주를 넘어 도시는 이제 예술과 문화, 환경과 치안, 행정까지 오케스트라 조합을 요구한다.
홍준표 전 시장의 대선 출마로 공석이 된 연유도 있지만, 내년 6·3지방선거에서 인구 235만 대도시 대구의 시장이 누가될지 하마평이 무성하다. 선거철 여론조사를 하면 정치인의 자질로 흔히 청렴성, 추진력, 소속정당의 이념 등이 변수로 꼽힌다. 사실 구태스런 요인이다. 4년 전 이맘때 칼럼을 통해 '대구시장의 조건'을 주제로 글을 올렸다. 도시에 대한 조예(造詣), 대구적 가치를 향한 열정, 정치력을 꼽았다. 지금과 별반 다름이 없지만 보탤 게 있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케더헌에서 보듯 외국인들은 한국적 고유성을 좋아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서울 인사동·익선동 같은 한국 특유의 골목길이다. 대구는 진골목을 비롯해 세계 최장의 도심 골목길을 보유한 도시 가운데 하나다. 하여 다음 대구시장은 대구의 골목길을 어떻게 보존하고 꾸밀지 고민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캐나다의 한 시장처럼 도심에 난립한 모든 전신주를 지하로 묻겠다고 공약하는 후보도 괜찮을 법 하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관람객 500만명을 돌파해 세계적 박물관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구국립박물관은? 대구시장 후보 정치인의 머리 속에 대구박물관은 있을까. 금호강 하중도를 국가정원으로 만들고, 영국 런던시청사를 뛰어넘는 대구시청사를 건축하고, 옛 경북도청 부지에 국립근대미술관과 뮤지컬극장을 반드시 세우겠다는 열정과 조예 깊은 시장을 희망한다. 수십 년 뒤 대구가 세계 100대, 아니 10대 도시가 되지 못할 것도 없다는 장대한 꿈을 가진 그런 시장이다. 청량한 가을, 쓸데 없는 공상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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