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영(사진·39·대구 동구) 씨는 아이를 품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정년퇴직까지 일할 거라 믿었다. 패션마케팅을 전공하고 정규직으로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온 그녀에게 '퇴사'란 낯선 단어였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을 거쳐 1년 3개월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뒤, 삶의 균형은 달라졌다. 그 후 1년 동안 남편이 육아휴직을 내 아이를 돌봤지만, 남편의 복직 시점에 그녀가 신청한 육아근로시간 단축은 회사의 거절로 무산됐다.
결국 그녀는 다음 달,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복직 후 1년 동안 깨달은 게 있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에도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놓치는 대가로 하루 9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며 받는 것이 월급이라는 사실이었다. 회사냐, 아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이 없을 리 없었다. 시부모님이나 친정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싶지 않았고,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엄마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그녀는 결심했다. 포기나 후퇴가 아니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퇴사 후 뚜렷한 계획은 없었다. 그럼에도 묘하게 "어떻게든 잘 해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녀는 '나 자신을 먼저 브랜딩하자'고 마음먹었다. 유튜브 편집을 배우고,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관심 가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읽은 책을 기록하며 서평 콘텐츠를 만들어 온라인에 공유했다.
그녀는 지금 엄마들의 성장을 돕는 자기계발 크리에이터이자 커뮤니티 리더, 그리고 강사로 활동 중이다. 크리에이터로 나선 지 2년 차. 아침엔 아이를 등원시키고 운동, 독서, 필사를 이어가는 루틴을 지킨다. 이후 집안일과 콘텐츠 제작, 커뮤니티 운영, 강의 준비로 하루를 꽉 채운다.
일이 몰릴 때면 육아가 소홀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안다. 이 시간 또한 자신과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걸. 완벽함보다 꾸준함을 선택한 결과다.
올해 그녀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11월, 데스커라운지와 함께 'AI로 서평 쓰고 공짜로 책 받기' 강의를 열 예정이다. 온라인 북클럽 운영과 전자책 출간도 준비 중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만 명, 커뮤니티 회원 200명 돌파를 자신의 성장 지표로 삼았다.
"온라인과 대구에서 시작한 이 흐름을 전국으로 넓히고 싶어요. 여성들의 동반성장과 연대의 상징, '롤모델 언니'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그녀는 멈춘 게 아니라, 방향을 바꿨다. 삶의 속도를 조절하며, 자신과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여정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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