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세계명문대학 취재를 기획하면서 이스라엘을 포함시켰다. 창업국가(Start-Up Nation)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실상을 꼭 취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스라엘의 창업정책은 상상 이상이었다. 창업에 나라의 명운을 걸었다는 표현이 맞지 싶다. 창업을 통해 전세계 기술패권을 장악하고 막대한 국가이익을 추구하고 있었다. 고급기술인력 뿐만아니라 평범한 국민들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다각적인 정책을 펴고 있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창업 후 조기 매각(M&A)이다. 물론 창업 후 스케일업 과정을 거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M&A를 통해 글로벌 기업에 높은 가격을 받고 팔아넘기고 다시 새로운 창업에 나선다는 점이다.
'기술기반 창업-우수 기술경쟁력 확보-글로벌에 기업 매각-재창업'의 선순환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그 핵심은 대학의 기술이전회사(TTO-Technology Transfer Office)다.
이스라엘은 대학과 연구소의 기초 연구 성과를 어떻게든 상용화하는 강력한 기술이전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그 핵심 기관이 TTO다. 세상에 쓸모없는 연구결과는 없다는 관점에서 어떤 기술이든 사장(死藏)시키지 않고 돈이 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한 연구원에게 거의 또는 전혀 쓸모가 없는 결과가 다른 연구원에게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유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특허와 연구개발성과가 잠자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과는 딴판이다.
대학 TTO는 기술 상용화를 통해 연구자(보상), 대학(재정 확충), TTO(기금 확충) 등 세 주체가 이익을 나누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상호윈윈체제를 구축했다.
히브리대 TTO는 이슘(Yissum)이다. 1964년 설립됐으며 교수, 학생 및 지역 사회 간의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을 장려하는 수많은 플랫폼을 관리하고 있다.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테크니온공대는 졸업생의 4분의 1이 창업에 뛰어든다. 기술이전회사인 T-3는 일종의 창업보육기관으로 독자적인 기업활동이 가능한 단계까지 기업을 육성해 배출하는 역할이다. T-3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제품화하고 회사도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한다. 실험실과 시장 사이에 브리지(가교) 역할을 한다.
텔아비브대(TAU)는 기술이전회사인 라못(RAMOT)과 그 자회사인 타워벤처가 있다. 라못은 대학 내 130개 연구기관과 교수, 학생들이 개발한 새로운 기술을 특허등록하고 이를 상용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회사인 타워벤처는 학생, 연구원, 교수 등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회사설립이나 투자유치 등을 지원한다. 세계 3대 기초연구기관의 하나인 와이즈만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도 기술이전회사 예다(Yeda)를 통해 창업을 통한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스라엘의 기술이전정책은 M&A 시장이 활성화 되는 공급 파이프라인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기술이전 정책을 통해 고도의 기술기반 스타트업을 탄생시켜 글로벌 대기업이 이들 기업을 M&A하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스라엘 대학과 연구소 주변에는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기업은 물론 삼성, LG 등 국내기업이 진출해 있다. 국내 대학들도 기술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좀 더 정책적 완성도 높여 M&A 시장의 파이프라인이 되었으면 한다.
기업M&A지원센터장
기업M&A지원센터장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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