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포항의원들이 '포스코 주식 1주 갖기 주식계좌 개설' 행사를 갖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 달성군 달성1차산업단지 전경. <영남일보 DB>
<하> '56개'…대구 상장사 주주는 대구시민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는 창출된 부가가치가 지역 내에서 재투자되고 소비되는 '자본의 순환'을 통해 완성된다. 하지만 외국인 등 외지자본 비중이 높은 일부 지역기업의 경우, 향후 기업이 창출한 이익이 역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외지자본 지분율이 높다는건 지역기업이 투자가치가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생산과 고용은 대구를 기반으로 하면서 그 성과가 외부로 유출되는 흐름은 지역내 소비와 재투자를 위축시키고 나아가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상장사의 높은 외지 지분율
이러한 우려의 배경에는 일부 지역 상장사들의 높은 외지 지분율이 자리잡고 있다. 외국인 등 외지 지분율이 높을수록 기업 이익이 배당금 형태로 역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그 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 상장사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경우, 현재는 '경영권 개입'보다는 '단순 투자' 차원에서 지역 상장사 주식을 사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남일보가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서 대구지역 56개 상장사의 외국인 지분율(24일 기준)을 확인한 결과, 상장사 중 외국인 지분율이 10% 이상인 곳이 19.64%(11개사)를 차지했다. iM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4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익THK(36.26%), 이수페타시스(27.77%), 제이브이엠(19.76%) 순이었다.
이 중 가장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iM금융지주의 최근 10년간 연도별 외국인 지분율을 살펴보면 2015년 67.68%, 2016년 59.65%, 2017년 60.66%, 2018년 64.63%, 2019년 52.61% 등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50~60%대였다. 이후 지분율이 다소 낮아져 40%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KB금융지주(77.20%) 등 타 금융지주들의 외국인 지분율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지분 절반 가량을 외국인 투자자가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순 없는 상황이다.
과거 대구에선 외지자본의 단순 투자를 넘어선 경영권 개입 시도가 있었다. 당시 이들의 지분율이 높아지며 지역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기도 했다. 실제 경영권을 뺏기는 상황까지 가진 않았지만, 당시 이러한 상황을 마주한 지역기업에선 외지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
2013년 여신금융업체인 CNH리스가 대구백화점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면서 주식 취득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이어 CNH리스 측은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감사의 독립성을 문제 삼아 비상임감사 선임 안건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오너 일가가 장내매수로 지분을 늘려왔고, 130만주 공개매수를 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같은 해 대구의 자동자 부품회사인 A사를 상대로 서울의 한 사모펀드회사가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대표이사 교체에 대한 등기서류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A사는 해당 사모펀드를 '기업 사냥꾼'으로 보고 대응에 나서며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외국인 지분율 10% 이상인 대구 상장사
자료 :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지역기업 주식갖기'로 돌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대구시민이 지역기업의 주주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거에도 지역기업을 살리기 위해 그 기업의 주식을 지역민들이 사는 '주식 갖기 운동'이 펼쳐진 바 있다.
포항에선 2006년 '포스코 주식 갖기 운동'이 진행됐다. 당시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가 우려되면서 포항지역의 한 단체가 '포스코 1주식 갖기운동'을 펼친 것이다. 당시 포항시의회 등 지역 사회가 동참했고 농협중앙회, 대구은행(현 iM뱅크) 등이 포스코 주식을 사들이며 힘을 보탰다.
대구에 본사를 둔 대구은행도 1997년 '우리 주식 갖기 운동'을 전개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지역 중견기업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부실채권 규모가 커졌고, 대구은행은 1천억여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지역 상공인·기업·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우리주식 갖기운동'을 전개해 1천억원 이상의 청약 실적을 냈다.
최근에는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 겸 iM뱅크 은행장이 iM금융지주의 주주가 지역민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옛 대구은행이 추진했던 '우리 주식 갖기 운동'을 다시 펼쳐 지역 기업과 지역민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황 회장의 생각이다.
황 회장은 지난 2월 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지역의 목소리와 주주의 목소리를 동시에 들어주려면 경영이 쉽지 않다"면서 "지역기업들은 iM뱅크에 '금리를 낮춰 달라'고 하는데, 주주들은 '이익률을 높여 배당을 많이 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춰달라'고 요구한다. 과거처럼 지역사회가 iM금융의 주식 60%를 갖고 있으면 금리를 낮춰서 수익이 나지 않아도 되고, 수익을 많이 내도 그 배당금이 지역기업·지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황 회장은 지난 15일 대구상공회의소가 연 '21세기대구경제포럼 세미나'에서도 지역 경제인들에게 "iM뱅크는 지역과 운명 공동체라는 마음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방 소멸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면서 "대구경북 시·도민도 주주로 참여해 은행의 주인이 되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지역기업에 대한 지역민의 투자는 '지역기업을 살리자'는 좋은 취지로만 이뤄지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시민들이 지역기업의 투자 매력도를 느끼고 명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대구대표 기업 리스트'나 '지역기업 투자 플랫폼'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금융기관·상공회의소·지자체가 협력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 스스로 '투자할 만한 가치'를 증명하는 것도 과제다. 단순히 애향심에 기댄 투자는 장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한 투명한 경영을 실천하고, 지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신뢰를 얻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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