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맞아 성주 성지 및 대구 방문
영남일보에 교단 운영 방향과 미래 비전 밝혀
지난달 25일 경북 성주 원불교 성지를 찾은 원불교 최고 지도자 왕산 성도종 종법사가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왕산 종법사는 "급변하는 시대에 원불교가 이 세상에 담당해야 될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영남일보는 지난달 25일 '제11차 전국 도덕발양대회' 참석차 경북 성주 원불교 성지를 찾은 원불교 최고지도자 왕산 성도종 종법사와의 만남을 가졌다. 도덕발양대회는 2012년 전북 군산에서 열린 제10차 대회 이후 13년 만에 지난달 26일 대구에서 개최돼 원불교 교단 안팎의 큰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제16대 종법사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역을 찾은 왕산 종법사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원불교가 담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과 정신적 가치에 대해 깊은 성찰을 담아 설명했다.
▶종법사로 취임하신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지난 1년간 교단 운영의 방향과 성과,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원불교가 이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된 근본적인 물음, 즉 개교정신에 충실한 종교가 되어야 한다는 자세를 견지했습니다. 종교 활동은 정신적이고 무형의 활동이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통계나 수치로 성과를 측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원불교가 개교 100년을 지나오면서 그 개교정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그리고 급변하는 시대에 원불교가 이 세상에 담당해야 될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달 25일 경북 성주 원불교 성지를 찾은 원불교 최고지도자 왕산 성도종 종법사가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후 활짝 웃고 있다. 왕산 종법사는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11차 전국 도덕발양대회' 참석 차 지역을 방문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취임법문에서 '마음을 하나로! 세상을 은혜로!'라는 표어를 제시하셨습니다. 이 표어가 인류에게 전하는 의미와, 원불교가 이 시대에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이 표어는 원불교의 개교정신을 대중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게 표현한 것입니다. 원불교가 세상에 태어나게 된 가장 근본적 동기는 세상 속 분열과 대립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모두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진리적으로 볼 때, 우리 마음의 본래 자리는 누구나 다르지 않습니다. 그 본래의 마음자리에서 만나면 누구든 하나가 될 수 있고, 한마음으로 합력해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불교인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 근본 마음자리를 알아서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합력한다면, 이 세상이 그야말로 은혜와 평화가 충만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임기 동안에도 소태산 대종사님의 정신과 법통을 이어 마음을 하나로 하고 세상을 은혜로 충만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오늘 인터뷰 장소인 경북 성주 성지는 원불교 역대 종법사 중 한 분이신 정산 종법사님의 탄생 성지입니다. 성주 성지가 원불교 교단에 있어 어떠한 정신적 가치를 상징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곳(성주 성지)은 원불교 역사에 있어 정산 송규 종사님과 아우이신 주산 종사님, 두 성자가 탄생하신 유서 깊은 곳입니다. 특히 정산종사님은 소태산 대종사님을 만나 그 경지를 서로 알아보신 분으로서, 원불교를 창교하신 대종사님의 정신을 누구보다 가장 정확하고 확실하게 이어받아 우리에게 위대한 유산으로 남겨주신 성자이십니다. 대종사님께서 깨달으신 이론상 진리는 원불교인들이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으로 삼는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정산종사님은 이 이론상의 진리를 우리 현실 인간사회에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삼동윤리(三同倫理)'를 제정하셨습니다. 삼동윤리는 세 가지 하나인 진리라는 뜻으로, 첫째 '동원도리(同源道理)'는 이 세상 모든 성자들의 가르침의 근원이 하나라는 의미입니다. 둘째 '동기연계(同氣連系)'는 우리 인간을 비롯한 이 세상 모든 생명을 가진 것들이 뿌리가 하나인 한 가족임을 말합니다. 셋째 '동척사업(同拓事業)'은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이 목적이 같은 동지적 사업임을 뜻합니다. 성주 성지를 보존하는 것은 단순히 위대한 인물을 추모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 사회의 위대한 정신과 유산을 이어받자는 의미입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종교가 젊은 세대와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식 역시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미래 세대에게 원불교의 가르침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한 계획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사실 그것이 우리에게도 큰 숙제입니다. 세상의 과학문명은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단순한 노동을 넘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창작 활동까지도 AI(인공지능)가 대신해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 각자의 마음까지는 지배할 수 없습니다. 발달된 문명일수록 인간의 올바른 마음으로 선용(善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인간의 정신적인 주체, 이른바 '정신의 자주력'을 확립해 주는 데 종교의 영역이 더 넓어진다고 봅니다. 정신의 자주력이란, 찬란한 과학 문명 가운데서도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입니다. 모든 종교단체, 사회기관, 그리고 정부기관이 미래세대에게 이러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5일 경북 성주 원불교 성지를 찾은 원불교 최고 지도자 왕산 성도종 종법사. 왕산 종법사는 ""대구경북 지역은 소태산 대종사님의 법통을 이어받은 제2대 종법사이신 정산종사님의 탄생지가 있는 유서깊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전쟁과 갈등을 종식시키고 인류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해야 종교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쟁과 갈등은 인간이 본연의 심성을 잃고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대립과 투쟁이 멈추지 않는 데서 비롯됩니다. 무력으로 상대를 지배하고 살상하는 것은 결코 인간으로서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과거 역사에서도 종교적 신념이 집단의 욕망과 탐욕을 합리화시켜 투쟁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는 진리에 부합되는 신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신앙을 정말 진리적인 신앙으로 하고, 그것을 현실 사회에 구현할 수 있는 사실적인 도덕으로 인격을 무장하는 훈련을 통해 종교가 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종법사께서 정의하는 '참다운 원불교인'의 모습은 무엇입니까. 또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수행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 주신다면.
"우리가 믿고 닦아나가는 표본인 궁극적인 진리(이론상 진리)는 지식으로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주께서 밝혀주신 일원상 진리에 대한 철저한 믿음과 그 믿음에 바탕한 각자 자기 자신의 깨달음, 그리고 그 깨달음에 바탕한 실천을 통해서 스스로 터득해 나가야 합니다. 자기의 얕은 지식이나 언어, 문자로 그 본질을 모두 드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내가 믿는 것이 과연 진리인가' 혹은 '내가 알았다고 하는 것이 과연 진리인가'와 같은 물음을 놓지 않고 사는 것이 진리적인 신앙을 하는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아마 그렇게 살아야 참다운 원불교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구경북은 타 지역에 비해 원불교 교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 지역에서 원불교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교세가 강하고 약한 것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교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은 원불교가 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으면서도, 이 지역에 사시는 분들에게 그만큼 도움을 충분히 못 주었기 때문이라고 성찰합니다. 결국 교세를 강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원불교가 이 지역에 있음으로써 국민들이 원불교의 교법으로 신앙하고 수행함으로써 보다 더 인간적으로 복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교세는 자연히 확장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원불교 교도들과 대구경북 시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특별한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대구경북 지역은 소태산 대종사님의 법통을 이어받은 제2대 종법사이신 정산종사님의 탄생지가 있는 유서깊은 곳입니다. 교화 초창기에 이 지역에 교화 활동을 해오신 선지자님들께서는 전국의 어느 분들보다도 교법 정신에 충실하고 헌신적이셨습니다. 우리 지역 교도님들이 그런 선지자님들의 정신을 잘 이어받아 일당백(一當百)의 각오로 원불교 정신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신앙 수행을 하는 모범적인 원불교인이 되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지역에 대종사님의 교법이 더욱 드러나고, 많은 분들이 원불교 교법으로 인해 아주 유익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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