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규의 춤, 그 환상 너머/주연희 지음/만인사/192쪽/2만원
기파(技波) 김상규(1922~1989) 선생은 대구에서 태어난 한국 1세대 남성 무용가다. 대구에 현대무용을 정착시킨 선구자로 지역 현대무용 발전에 이바지했다. 일본에서 법학과 무용을 배우고 광복 후 대구로 돌아와 '김상규 신무용연구소'를 개소했다. 경북대·영남대 등 대학에서도 무용 강의를 하며 수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그런 그의 제자이면서 인생의 동반자인 주연희 무용가가 책을 펴냈다. 김상규 선생 회고록 '김상규의 춤, 그 환상 너머'(만인사)다. 미국에서 책을 쓴 주연희 무용가는 "한 생을 다 바쳐 무용가로 살아온 일생의 사연을 언젠가는 한 권의 책으로 남겨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고 살아왔다"며 먼 땅에서도 책을 출간한 이유를 설명했다.
4부로 구성된 책은 김상규 선생의 삶과 예술혼을 주로 다룬다. 지극히 가까운 제자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서술이라 생생하다. "무용은 마음의 정화를 목적으로 한다"며 "결국 예술은 인간을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는 선생의 철학이 책 전반에 흐른다. 그와 그의 예술혼을 쫓아 70년간 무용 외길을 걸어온 주연희 무용가의 개인적인 일화도 담겼다.
책을 펴낸 출판사 만인사의 박진형 대표는 "한국무용의 선구자인 기파 김상규, 주연희 두 분의 무용가가 걸어간 춤 인생은 한국무용의 산 역사"라며 "노무용가의 일대기를 훔쳐보면서 편집자로서의 오롯한 기쁨을 즐긴다"고 책을 소개했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