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보고서 발간 문화 자리 잡은 국회…지방의회는 예산·인력 부족 탓에 소극적
지방의정활동 보고 관련 각종 자료 공개 및 접근경로 단순화 등으로 유권자 알권리 충족시켜야
제도개선에 앞서 지방의원 및 주민 모두 의정활동에 관심 높일 필요 있어
                    
                    
     2일 국회도서관 '국회의원 정책자료'에는 국회의원들이 공개한 의정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다. 국회도서관 홈페이지 캡처.
"1991년 지방의회가 의정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방의회 및 지방의원의 의정활동과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방의회 의정활동 역량 강화 방안' 서문을 통해 전한 말이다. 지난 2013년에 나온 보고서지만, 10년 이상 흐른 지금에도 적용되는 문구다.
2일 정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제111조(의정활동 보고)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모두의 의정활동을 선거구민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의정활동'은 선거구 활동이나 일정 등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의미하며, '보고'는 보고서나 인터넷, 문자메시지 등의 방식으로 가능하다.
현실에서는 의정활동에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게 '의정보고서'다.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과 약속한 공약들을 얼마나 지켰고, 어떠한 성과가 나왔는지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의정보고서를 발간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지만, 지방의회는 사정이 다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정보고서는 현행법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인정하고 있는 합법적인 유권자들과의 소통 수단"이라며 "공직선거법을 통해 모인 후원금을 쓰지 않고도 의정활동비 안에서 선거구민에게 의원의 업적을 알릴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정활동비는 정책개발비, 장소대관비, 문자발송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의정보고서 또한 당연히 해당된다"며 "국회의원 입장에선 의정보고서를 안 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지방자치법 제40조(의원의 의정활동비 등)와 정치자금법 제6조(후원회지정권자)를 보면 지방의원도 의정활동비를 받고, 하나의 후원회를 지정해 둘 수 있다.
그럼에도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은 공약 공개는 물론 의정보고서에 관심이 없다. 유권자 입장에선 내가 뽑은 지방의원이 합리적으로 의정활동을 전개하고 있는지, 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지 등을 알 길이 묘연하다. 이에 대해 지방의원들은 '예산과 인력의 부족 탓'으로 돌린다. 국회의원보다 의정활동비·후원금 등이 적은데다가 보좌관 등의 인력도 없어 의정보고서를 만들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지난 2023년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를 분석한 '지방의회 의정활동 정보 공개 현황 분석 보고서'를 냈다. 여기엔 △회의록 공개 여부 △예산안 및 결산안 심의자료 공개 비율 △17개 광역자치단체 지방의회 자료 공개 현황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주민들의 감시활동이 표면적인 감시에서 그치지 않도록 적극적인 심의자료 공개가 필요하다' '각종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비효율적이므로 간단하고 명료한 경로가 제시돼야 한다' '회의록 공개일정 및 기한을 명시하고 일정 기간 내로 공개할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공개되는 회의록의 형식에 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 등을 개선사항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개선책은 미흡하다. 비단 의정보고서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지방의정활동 보고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접근경로를 단순화해 일정 기간 동안 반드시 주민에게 공개하도록 해야 선거구민의 알권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함께하는시민행동 관계자는 "국회의원에 비해 지방의원은 여건이 열악한 측면이 있는 만큼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정책지원관이 보좌관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수를 늘리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의원 스스로 의정활동 보고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지 않는다면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며 "무엇보다 주민들이 내가 사는 지역의 지방의원이 어떤 공약을 냈고,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이를 왜 공개하지 않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언론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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