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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발을 떼는 순간, 모든 일은 시작된다

2025-11-06 06:00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작곡가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작곡가

'발을 떼는 순간, 모든 일은 시작된다. - 나폴레옹'


이 얼마나 강렬하고 단호한 말인가. '전쟁의 신'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초대 황제 나폴레옹의 명언이라니. 이 문장 하나가 누군가에겐 강한 인상을 남기거나, 더 나아가 큰 울림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방금 필자가 지어낸 한 문장일 뿐이다.


우리는 종종 어떤 문장을 만난다. 그 문장이 지금의 내 상황과 묘하게 맞아떨어질 때, 이상하게 내 이야기처럼 들릴 때가 있다. 그 순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문장을 내 안으로 들이며 믿으려 애쓴다. 문장은 어느새 신념이 되어 설령 거짓이더라도 내 마음을 붙들어주는 언어라면 우리는 기꺼이 속아 넘어간다. 때문에 '전쟁의 신'이라는 캐릭터 위에 어떤 사건이 더해지면 이야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단단해진다. 순간 진실은 희미해지고 허구의 이야기만이 남는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은 이야기(허구)를 믿음으로써 대규모 집단을 움직이고 협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이든 허구든, 이야기는 사람들을 모으고 움직이게 한다. 그것이 인간의 오래된 습관이자, 문화의 시작이다.


최근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도 그 힘은 분명히 드러났다. 정치와 경제라는 냉철한 문제 앞에서, 한국은 문화를 무기로 꺼내 들었다. K-POP 스타 지드래곤이 홍보대사로 나서고, 전통과 현대, 산업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연부터 한국적인 디자인과 음식, 영상과 문학까지 다양한 문화가 하나의 이야기로 결집해 'K-문화'라는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 냈다. 이것은 단순한 홍보가 아닌, 문화가 전하는 설득의 방식이었다.


문화는 힘이다. 그 힘은 총과 돈보다 공감의 결속력에서 나온다. 영화의 한 장면, 한 줄의 노랫말, 어떤 한 문장은 내 삶의 나침반이 되고 마음 깊숙이 박혀 작은 용기와 결단을 만들어 낸다. 그 마음들이 모이면 세상은 조금씩 움직인다. 그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때로는 위로받고, 때로는 자신을 다시 발견한다. 문화는 그렇게 사람을 이어주고, 개인의 서사를 집단의 이야기로, 작은 용기를 세상의 온기로 바꾸는 다리가 된다.


오늘도 문화와 함께 산책하는 그대들이여. 때로는 힘들어도, 나 자신에게 작은 거짓말을 하더라도, 멈추지 말고 발을 떼고 걸어 나가라. 길 위에서 만나는 이야기, 노래, 영화, 그림, 사람들 모두가 당신의 하루와 마음에 작은 울림으로 남길. 진실이든 허구이든 그 이야기 안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리고 발을 떼는 순간, 모든 일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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