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내년도 정부예산 편성과 관련,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2026년 정부예산은 역대 최대인 728조원이다.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역시 AI(인공지능) 투자이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올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0조1천억원을 배정했다. 과학기술 전반의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천억원 규모다. 이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 전직 대통령들의 공적을 상기시키며, 같은 연장선상의 비전을 제시했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날 야당인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규탄하며 대통령 연설에 불참했다.
AI 시대는 이제 국가과제의 화두가 됐다. 이번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민적 여론의 중심에 섰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CEO가 삼성전자의 이재용, 현대차의 정의선 회장과 회동하고, 이어 이 대통령과 면담에서 자사의 '블랙웰' GPU칩 26만장 공급을 발표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AI투자는 국가적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진단이다. 한국은 자동차, 조선, 가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AI를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GPU 구입으로 AI시대를 후방에서 지원할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해당 대기업뿐만 아니라 신생 스타트업, 대학, 연구소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여야 정치권도 힘을 보태야 한다. 국가 100년 대계의 전략적 과제 앞에서는 최소한 합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