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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珍의 미니 에세이] 부부(夫婦)

2025-11-06 13:27
박기옥 수필가·대구문인협회 부회장

박기옥 수필가·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이번 동유럽 여행에서는 부부 한 쌍이 합류를 했다. 남해에서 온 부부였다. 남해에서 태어나 평생동안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로 아내의 환갑 여행이라 했다. 아내는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뇌혈관 축소 현상이 일어나 한쪽 눈이 불편하기 때문이었다. 한 달 후로 수술 날짜가 잡혀 있는 상태였다.


남편은 어딜 가나 아내의 손을 잡고 다녔다. 시력 감퇴로 인해 거리 조정이나 길의 높낮이가 구분 안 되어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염려되어서였다. 아내는 끊임없이 불평을 하며 따라다녔다. 남 보기 창피해서 안 오려 했는데 억지로 멀리까지 끌고 왔다는 것이었다.


"보기 좋은데요, 뭘. 고맙게 생각하세요."


옆에서 내가 거들면, "성할 때는 손 한 번 안 잡아주더니 송장될 만하니까 남세스럽게 끌고 다니누만요" 하며 민망해했다.


사건은 여행 닷새째에 터졌다. 폴란드의 소금광산 방문 때였다. 소금광산은 유네스코 자연 문화재 제1호로 우리는 총 130m에 달하는 지하로 내려가 암염으로 이루어진 온갖 미술품들과 제단, 조각상을 보기로 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많은 지하 계단을 부부가 어떻게 내려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현지 가이드는 걸음까지 재발라서 성한 사람도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무려 두 시간 동안 우리는 지하 광산을 헤집고 다녔다. 막장에 이르러서야 겨우 헝가리에서 폴란드로 시집 온 킹카 공주가 소금 광산을 지참금으로 가져왔다 하여 기념으로 만들어졌다는 킹카 교회 앞에 섰다. 지칠 대로 지친 남해 부부가 성모마리아 부조물에 기대어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내는 보자기처럼 소금 바닥에 퍼질러 앉아 있고, 남편은 혼신을 다해 아내를 여기까지 데려오느라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입술이 퉁발이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힘드시죠?"


내가 물었다.


"아니요. 대단하구만요."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대나 봐요. 수고하셨어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일행 중 한 여인이 소금길에 미끄러져 발을 삐끗하는가 했다. 쉬고 있던 남해 남자가 쏜살같이 달려가 여자를 부축하는데, 앗뿔사, 이번에는 남자가 온몸을 보릿자루처럼 바닥에 내던지고 말았다. 주위가 술렁거리고, 다행히도 두 사람 다 무사한 것이 밝혀진 후에야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아내가 남편의 등을 치며 통곡을 했다.


"오지랖도 넓은기라. 지 계집이나 챙길 것이지 남의 계집까지."


남편이 아내를 안으며 멋쩍게 웃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난 또 당신인 줄 알았제. 괜찮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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