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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인협회가 추천하는 이달의 지역작가 도서 4권] 깊어가는 시간 외

2025-11-07 06:00
깊어가는 시간/황영숙 지음/북랜드/127쪽/1만2천원

깊어가는 시간/황영숙 지음/북랜드/127쪽/1만2천원

◆깊어가는 시간/황영숙 지음/북랜드/127쪽/1만2천원


라온현대시인선 여섯 번째 시인선 황영숙 시집은 소멸을 향해 흐르는 삶의 순간 속에서도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려는 시인의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1990년 '우리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황영숙 시인은 대구문학상과 대구예술상을 수상하며, 오랫동안 대구 문단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은사시나무 숲으로' '따뜻해졌다'에 이어 세 번째 시집인 이번 작품에서 그는 '시간'이라는 관념적 주제를 중심에 두고 인간 존재의 소멸과 그 너머의 세계를 치열하게 탐색한다.


시집에서 시간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고 사라지며 그 사라짐 속에서 또 다른 세계를 예비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시인은 감각으로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실체를 섬세한 언어로 길어올리며, 독자로 하여금 '지금'이라는 찰나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한다. 해설가 구석본은 "소멸 이후의 빈자리에서 또 다른 우주를 본다"고 평하며, 황영숙의 시가 허무를 넘어 확장의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짚는다. '깊어가는 시간'은 나이를 더해가며 더욱 깊어지는 삶의 무상함을 서정적으로 담아내면서, 그 무상함 속에서 새로운 탄생을 꿈꾸는 시인의 내적 여정을 기록한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묻고, 사라짐을 통해 삶을 확장하려는 시편들은 "끝이 곧 시작"이라는 역설적 위로를 전한다.


시집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상의 사라짐과 소멸 이후의 세계, 시간과 공간의 대비, 그리고 사랑과 죽음, 기억의 순환을 다룬다. 절제된 언어 속에 맑고 투명한 서정이 깃든 황영숙의 시는 소멸을 두려움이 아닌 희망의 언어로 바꾸어놓는다. '깊어가는 시간'은 사라짐의 끝에서 새로운 의미를 길어올리며, 삶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집이다.


물의 얼룩이 올챙이라니/윤창도 지음/시산맥/144쪽/1만2천원

물의 얼룩이 올챙이라니/윤창도 지음/시산맥/144쪽/1만2천원

◆물의 얼룩이 올챙이라니/윤창도 지음/시산맥/144쪽/1만2천원


물의 표정을 닮은 언어로 삶을 포착하는 시인, 윤창도의 두 번째 시집 '물의 얼룩이 올챙이라니'가 출간됐다. 시집 제목처럼 그의 시는 물처럼 번지고 스며드는 감각의 세계를 보여준다. '바글바글 욕망으로 뭉쳐진/ 둥근 축구공같이 말려 있는 올챙이 떼/ 물끄러미 보아도 생의 표정은 물의 얼룩'('물의 얼룩' 중에서)이라는 구절은, 일상의 한 장면 속에서도 존재의 욕망과 생의 흔적을 포착하는 시인의 시선을 잘 드러낸다.


시인이 시인의 말에서 "믿음직한 말들을 건져 올려 식탁 위 몇 구절의 꽃잎과 아직 닿지 않은 안부들과 몸이 불러내는 신호들을 버무렸다"고 밝히듯, 그의 시는 삶의 미세한 파편들을 낚아 올려 언어의 결로 엮어낸 일상의 시학이다. 윤창도의 시는 화려하거나 과장되지 않다. 오히려 낮고 투명한 시선으로 사물과 세계를 응시하며, 기억과 현재를 결속하는 감각으로 일관된다. 그는 변방을 바라보는 사물주의자의 태도로, 사소한 사물과 일상의 틈새에서 존재의 본질을 묻는다. 이화영 시인(문학박사)은 해설에서 "윤창도의 시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시적 공간은 토속적 자연과 결부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근원에 대한 사유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물의 얼룩이 올챙이라니'는 일상의 풍경 속에 숨어 있는 생의 진실을 포착하며, 우리가 놓치고 지나치는 순간에도 시가 깃들어 있음을 일깨운다.


윤창도 시인은 경주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문학저널'로 등단했다. 첫 시집으로 '지독한 공명'을 펴냈으며, 이번 작품집은 시산맥 기획시선 공모 당선작으로 출간됐다. 그의 시 세계는 오늘의 삶 속에서 사물과 인간,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며, 잔잔한 언어로 우리 마음의 물결을 일으킨다.


가설극장 커튼콜/정숙 지음/만인사/128쪽/1만원

가설극장 커튼콜/정숙 지음/만인사/128쪽/1만원

◆가설극장 커튼콜/정숙 지음/만인사/128쪽/1만원


정숙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가설극장 커튼콜'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 세상 살아보니 인생이란 결국 변방의, 그것도 가설무대에서 벌인 한 마당 놀음이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이번 시집은, 시인의 진정성과 내면 고백이 절절히 묻어나는 작품집이다.


시인은 "땅속 뿌리가 어둠을 먹고 키운 고독이 죽고 싶도록 휘휘해지면, 그때 지독한 슬픔이 웃는다"고 고백한다. 항암과 요양병원 시절, 생의 덧없음과 인간 존재의 허무를 온몸으로 겪으며 써내려간 시들은 고통과 웃음, 절망과 회복이 공존하는 생의 언어들이다. "하, 하, 하 미친 듯 웃으며 커튼콜로 시의 밥상 차렸으니 흠향하시라"는 말은, 시인의 체험에서 길어 올린 생의 통찰이자 유머다.


정숙 시인은 "시안(詩眼)이 열리면 바람의 짠맛과 빗물의 체온까지 재어보게 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이번 시집은 감각과 감정, 사유가 절묘하게 뒤섞여 있다. 병상의 절망조차 시의 재료로 승화시키며 "미, 투(美, 痛)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고백은, 시인의 숙명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대표작 '능소화 폭포' '시, 발' 등은 삶의 고통과 사랑, 세태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아우른다. 시인은 "언어유희나 서구적 묘사보다 징의 재울음 같은 한국적 정서의 한을 녹여내야 한다"고 말하며,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이번 시집의 해설은 시인 본인이 직접 쓴 '신생의 시간'으로, 자신의 시 세계를 고백 형식으로 풀어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시인은 현재 범어커뮤니티센터 야시골문학회와 용학도서관에서 시·스토리텔링 강의를 맡고 있으며, 대구이육사기념사업회 고문, 이상화기념사업회 이사이자 편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나날이 헛걸음이라 좋다/하재열 지음/퍼플/293쪽/1만6천원

나날이 헛걸음이라 좋다/하재열 지음/퍼플/293쪽/1만6천원

◆나날이 헛걸음이라 좋다/하재열 지음/퍼플/293쪽/1만6천원


살아간다는 것은 헛짚고 헛걸음하는 일의 연속이다. 그러나 하재열의 수필집 '나날이 헛걸음이라 좋다'는 헛걸음 속에서 오히려 '살아 있음'의 의미를 새기는 역설적인 사유를 품고 있다. 그는 삶의 크고 작은 실패와 흔들림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이 곧 생의 온도이며 인간이 서 있는 자리임을 수필의 언어로 다독인다. 책은 여섯 장으로 구분하여 글 정감에 맞는 소제목을 붙였다.


첫 번째 '어드메에'에서는 일상의 사는 소리에 대응하며 나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존재의 탐색을 통해 깨닫는 삶의 덧없음과 따스함을 담는 사색의 울림이 마음을 붙든다. 두 번째 '바람에 서다'에서 그는 불편한 정치 상황과 사회 부조리에 맞서는 문학의 역할을 묻는다. 글 팔매를 쳐들며 앙가주망하는 글쓰기의 한 책무를 보여준다. 그 잔잔한 저항이야말로 문학이 세상을 밝히는 숨결임을 일깨운다. 세 번째 '글이 글로 가라사대'에선 문학함이, 글쓰기가 허세의 얼굴 내기가 아니라 시대와 공명하는 내면의 외침임을 말한다. 네 번째 '빛살에 묻다'에서는 우주적 시선으로 인간의 존재를 비추고, 다섯 번째 '죽고, 살고'는 코로나 시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뇌하던 고통의 자취다. 여섯 번째 '길 가다가'에선 세상 돌아다니며 부대낀 사람과 물상을 살피며 삶의 의미를 되새김한다. "부질없이 시간의 끝을 문질러 해가 바뀌었다며 우기는" 인간의 덧없음을 보듬는다.


간추리면 이 책은 '나날의 헛걸음'에 빠지는 인간 본래의 모습과 그를 통해 되레 삶의 의미를 가다듬는 문학적 탐색의 기록이다. 시대와의 치열한 대면을 통해 건져 올린 '심상의 조각'들을 엮어 독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던진다.


정리=김형범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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