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등락에 대출·신용융자 동반 급증
“지금 아니면 늦다” 2021년식 투자심리 재현
지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2.69포인트(1.81%) 내린 3,953.76에, 코스닥은 21.36포인트(2.38%) 내린 876.81에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대구 북구의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여름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미국 주식으로 시작했지만,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자 신용대출까지 추가로 받아 투자금을 늘렸다. 김씨는 "지금 장이 내려가도 결국 오를 거라 믿는다"며 "돈만 있다면 지금이 기회"라고 자신했다.
달서구의 30대 직장인 박모씨도 비슷하다. 지난 달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늘려 3천만원을 더 빌리고 반도체주식에 베팅했다. 그는 "3년 전 빚투를 망설이다가 수익 기회를 놓쳤는데, 이번에는 늦지 않게 올라탔다"며 최근 상승장에 대한 기대가 여실히 드러났다.
코스피가 사상 첫 4천선을 돌파하는 등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 대구에서도 빚을 내 투자하는 '영끌·포모(FOMO)' 열기가 다시 확산되는 모습이다. '포모(Fear of Missing Out)'는 상승장에서 뒤처질까 두려워 무리하게 투자에 나서는 심리를 뜻한다. 코로나19 이후 '돈만 넣으면 오르던' 2021년 장세를 떠올리며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조급함 속에 다시 레버리지를 키우고 있다.
9일 iM뱅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가계대출은 21조5천773억원으로, 1분기(21조2천741억원)보다 0.3%(3천32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39조4천671억원으로 두달 새 6천778억원(1.8%) 증가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규모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지난 6일 기준 금융투자협회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5조8천782억원으로, 8월(21조7천억원)보다 4조원 넘게(18.6%) 증가했다. 특히 코스피 시장 잔액이 16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빚투 상승세의 배경에는 투자 심리 변화가 한 몫하고 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9일 발표한 '최근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증가의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현금으로는 주식을 팔면서도, 신용으로는 매수를 확대하고 있다. 2021년처럼 현금과 신용을 동시에 늘리던 시기와 달리, 자금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조급한 심리가 빚투를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증가의 시사점' 보고서 캡처
투자심리를 반영하듯 신용매수는 반도체와 자본재(기계·장비) 업종에 집중돼 있다. 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위험을 감수하며 자금이 쏠리는 흐름이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는 시장 조정을 예상하며 순매도하는 그룹과, 반도체·자본재 상승에 레버리지 투자하는 그룹으로 양분된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융자가 이들 업종에 집중돼 있어 주가 하락시 반대매매로 인한 가격 급락이 증폭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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