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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고즈넉한 ‘모두의 정원’, 이건희 컬렉션 석조물 257점 대구시민 품으로

2025-11-09 12:38

국립대구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 옥외전시장 ‘모두의 정원’ 조성
고려 ‘석조여래좌상’부터 희귀한 ‘금관조복형 문인석’까지
개방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국립대구박물관 옥외전시장에 조성된 모두의 정원 중 별담길 구간. 길 맨 위쪽에 자리한 석조여래좌상의 모습이 숲 아래 석조물들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국립대구박물관 옥외전시장에 조성된 '모두의 정원' 중 '별담길' 구간. 길 맨 위쪽에 자리한 석조여래좌상의 모습이 숲 아래 석조물들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세기의 기증'으로 불리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컬렉션 중 석조물 257점이 대구시민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은 지난 4일부터 박물관 서편 언덕에 조성된 옥외전시장 '모두의 정원'에서 이 석조물들을 상설 전시 중이다. 가을숲의 정취가 가득한 언덕 위 석조물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채 관람객들과 세월을 뛰어넘는 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국립대구박물관 관계자는 "이건희 컬렉션 석조물 800여 점 가운데 257점을 선별해 대구에서 선보이게 됐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의 비전인 '모두를 위한 박물관'처럼, 개인 컬렉션이던 석조물들이 경계를 넘어 모두에게 돌아왔다는 기증의 의미를 담아 '모두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모두의 정원'은 그 이름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걸으며 휴식을 취하고 유산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별담길', '월담길', '해담길' 세 구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 구간을 여유롭게 관람하는 데 약 30분 가량이 소요된다.


국립대구박물관 야외전시장 모두의 정원 의 별담길 구간 중 가장 높은 곳에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조여래좌상이 자리해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국립대구박물관 야외전시장 '모두의 정원' 의 '별담길' 구간 중 가장 높은 곳에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조여래좌상이 자리해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국립대구박물관 야외전시장 모두의 정원 의 별담길 구간에 다양한 형태의 석조물들이 자리해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국립대구박물관 야외전시장 '모두의 정원' 의 '별담길' 구간에 다양한 형태의 석조물들이 자리해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석불이 좌정한 '별담길'


관람객 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 별담길은 경사진 길에 자리해 있으며, 길 중앙 위쪽에 석조여래좌상이 정좌해 있다. 길 양옆으로는 석인상(문인석 및 동자석)들이 도열해 마치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별담길의 중심 석물인 석조여래좌상은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며, 이건희 컬렉션 불상 중에서도 "상호(相好, 부처의 몸에 갖춰진 훌륭한 용모와 형상)가 원만하다"고 평가받는 수작이다. 무릎 앞쪽이 짧게 튀어나온 양식 등에서 고려시대의 특징을 보인다. 다만 불상 뒷면의 절단면으로 미뤄 원래 마애불(절벽에 새긴 불상)의 일부를 떼어낸 것이 아닌가 추정될 뿐, 출토 기록이 없어 구체적인 이력은 현재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주변에 배치된 석인상들 역시 대부분 조선시대의 것으로 분류되지만, 일부 석인상은 고려시대 왕릉의 석인상과 유사한 생김새를 보이거나, 홀(笏·신하가 손에 들고 있는 판)을 사선으로 잡고 있는 등 독특한 양식을 띠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건희 컬렉션 석인상 중 유일하게 세 점이 한 세트로 묶인 문인석(건희 5198번)이 국립대구박물관 모두의 정원 중 월담길에 자리해 있다. 이 석인상들은 불교의 삼존불(부처님과 양쪽 보살)처럼 배치돼 독특함을 자랑한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이건희 컬렉션 석인상 중 유일하게 세 점이 한 세트로 묶인 문인석(건희 5198번)이 국립대구박물관 '모두의 정원' 중 '월담길'에 자리해 있다. 이 석인상들은 불교의 삼존불(부처님과 양쪽 보살)처럼 배치돼 독특함을 자랑한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다양성의 조화, '월담길'


국립대구박물관 서편 언덕의 능선을 가로지르는 월담길은 다양한 표정과 크기를 지닌 석인상들을 통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산책객들이 석물들의 앞, 뒤, 옆모습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높이와 방향을 다르게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곳에는 이건희 컬렉션 석인상 중 유일하게 세 점이 한 세트로 묶인 문인석(건희 5198번)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석인상들은 불교의 삼존불(부처님과 양쪽 보살)처럼 배치돼 독특함을 자랑한다.


모두의 정원 월담길에는 서로 다른 두세 개의 탑을 섞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오층석탑이 자리해 있다. 일부 석인상들은 이 오층석탑을 예경하듯 바라보는 방향으로 도열해 있어 흥미롭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모두의 정원' '월담길'에는 서로 다른 두세 개의 탑을 섞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오층석탑이 자리해 있다. 일부 석인상들은 이 오층석탑을 예경하듯 바라보는 방향으로 도열해 있어 흥미롭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또한 부재(部材)가 서로 다른 두세 개의 탑을 섞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오층석탑이 눈길을 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 탑은 다양한 곳에서 온 부재들이 하나로 모여 전시되는 '모두의 정원'의 조성 의미와 부합하는 상징적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월담길에 배치된 일부 석인상들은 이 오층석탑을 예경(예배하고 공경함)하듯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도열해 있어 흥미롭다.


모두의 정원의 월담길에 자리한 문인석. 머리에 쓴 금관조복형 관모가 인상적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모두의 정원'의 '월담길'에 자리한 문인석. 머리에 쓴 금관조복형 관모가 인상적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월담길에는 이건희 컬렉션의 석인상 중 희소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물이 자리한다. 문인석의 관모(모자)는 보통 복두(幞頭)와 금관조복형(金冠朝服形)으로 나뉘는데, 이곳에 전시된 석인상 중 유일하게 '금관조복형' 관모를 쓴 문인석이 있어 주목받는다. 이 금관조복형 문인석은 왕릉 등 격조 높은 묘역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그 양질과 희소성을 짐작하게 한다.


모두의 정원 중 해담길에는 조선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종형 정려문이 자리해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모두의 정원' 중 '해담길'에는 조선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종형 정려문이 자리해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한국 전통 가치 담은 '해담길'


해담길의 대표적 석조물은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하는 '효자 이종형 정려문'이다. 이 석조물은 석물은 한국의 전통적인 효(孝) 문화를 되새기는 교육적인 의미를 갖는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 정려문을 해담길의 입구(혹은 출구) 개념으로 배치함으로써, 관람객들이 오랜 역사를 지닌 석조물들을 통해 한국의 전통 가치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이정표 역할을 하도록 의도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국립대구박물관 동편 야외전시장에도 이건희 컬렉션 석탑 4기가 자리해 있는데 중앙부에 가장 높은 석탑은 고려시대의 것으로, 나머지 탑들은 조선후기 또는 근대의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대구박물관 동편 야외전시장에 이건희 컬렉션 석탑 4기가 자리해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국립대구박물관 동편 야외전시장에 이건희 컬렉션 석탑 4기가 자리해 있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관람객 만족도 높아..."친구들에게 추천할 것"


'모두의 정원' 개장 이후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6일 '모두의 정원'을 찾은 강성욱(75·대구 동구 신암동)씨는 "신문에서 보고 찾아왔는데, 박물관 밖에 이렇게 상상도 못 했던 다양한 석물들이 전시된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내일 여행을 다녀와서 친구들과 함께 다시 올 것"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국립대구박물관 관계자는 "국립대구박물관이 30년을 지나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며, 대구경북 시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공원을 조성했다"며 "앞으로도 예산을 확보해 조경 및 시설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구박물관 '모두의 정원' 개방 시간은 실내 전시장(오전 9시~오후 6시)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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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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