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관·법광·선광·혜범·현장 스님 출사표 5파전
총림 지위 상실 초유의 사태 속 불교계 이목 집중
투표일 임박 특정후보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동화사 전경. 영남일보DB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의 제31대 주지 선거에 불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지난 3월 동화사가 '총림' 지위를 상실하고, 종단 감사를 거부한 전 주지 스님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면서 치러지게 됐다. 선거는 14일 오후 1시 동화사 설법전에서 진행되며, 투표권은 동화사 재직 및 재적 승려에게 부여된다.
지난 4일 후보등록 마감 결과 홍관(기호 1번, 제2석굴암 주지), 법광(기호 2번, 전 능인학원 이사장), 선광(기호 3번,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혜범(기호 4번, 송림사 주지), 현장(기호 5번, 전 보현사 주지) 스님 등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들은 현 사태를 수습하고 교구를 정상화할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동화사의 위상 회복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종무 행정의 투명성 확보를 강조했다. 구성원·신도들의 화합과 승려들의 수행환경 개선 및 복지를 위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불교계에선 투표일이 임박하면서 특정 후보 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불교계 한 인사는 "각 후보가 자신에게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저마다 다른 계산법으로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지난 3월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임시회는 '교육기관 운영 포기 및 방장 권한 과도'를 이유로 동화사의 총림 지정을 해제한 바 있다. 총림은 선승이 모여 수행하는 선원, 불교경전을 가르치는 강원, 계율에 정통한 승려를 양성하는 율원을 모두 갖춘 사찰로 지역 불교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한다.
영남일보는 각 후보들이 교구의 위상 회복과 안정화를 위해 어떤 구체적인 비전과 실현 방안을 제시했는지 주요 공약들을 정리했다.
◆홍관 스님
홍관 스님(제2석굴암 주지)은 선거홍보물 전면에 '교구본사 정상화로, 동화사를 새롭게!'라는 슬로건을 배치했다. 홍관 스님은 동화사를 위한 5대 공약을 제시했는데, 가장 먼저 '교구 운영의 정상화'를 내세웠다. 종법에 명시된 정기적인 '본사 운영위원회'를 통해 총림해제에 따른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원융 화합하는 교구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으며, 투명한 종무행정, 교구 분담금 전면 재조정 등도 약속했다. 이어 △사설 사암 권익보호 △본사 및 말사의 선원 적극 지원 △교구 비구니스님 위상 강화 △교구 재적승 지속적 복지 강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법광 스님
법광 스님(전 능인학원 이사장)은 선거홍보물을 통해 "제9교구 동화사의 참 원융살림을 위해 함께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법광 스님은 "항상 정진하시고 불교를 위해 힘써 주시는 동화사 대중스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본래면목을 보지 못하고 무명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 바, 이 세상은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으로 가득차 있다. (중략) 수행과 전법의 근본도량인 교구의 안정과 더불어 시민의 참 기도처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법광 스님은 △교구인사위원회 구성으로 인사규정 마련 △전법·포교단 구성 △복지위원회 구성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선광 스님
선광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은 영남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동화사는 본래 스님들의 수행 도량인 팔공총림이었으나, 총림 운영 주체의 독선적이고 파행적 운영으로 인해 대중 간 화합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지난 3월 팔공총림은 해제됐으며, 그 이후에도 동화사는 복잡하고 불안정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앞에서 동화사 주지로 당선돼 산적한 문제들을 즉각 바로잡고, 사찰을 반드시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로 이번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선광 스님은 △승려 수행지원 및 노후 복지 △삼보정재(스님들의 재산)의 투명한 운용 및 공정한 인사 △9교구 발전을 위한 운영위원회 구성 △시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공간 실현 △사찰 여건과 역사를 바탕으로 한 특성화 사업 추진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현장 스님
현장 스님(전 보현사 주지)은 영남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총림이 해제되는 상황에 직면하니 매우 가슴아프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니, 저 자신도 승가(僧家)의 구성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깊이 참회하게 된다. 현재 불교계는 인구가 줄어드는 과정 속에서 스님들의 출가 감소와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스님들의 복지 부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절실한 과제가 됐다. 수행자들은 주거·의료 복지에서 소외되고 있으며, 승가 공동체는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고 승가 화합을 이루고자 이 자리에 나섰다"고 밝혔다. 현장 스님은 △재정·인사 투명 △무상 다비 △비구니스님 중책 30% 배정 △수행비 대폭 인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편 영남일보는 혜범 스님(송림사 주지)의 출마 이유와 공약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전화 통화를 수 차례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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