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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상상력의 확장

2025-11-12 06:00
서영옥 계명시민대학 강사, 미술학 박사

서영옥 계명시민대학 강사, 미술학 박사

가을은 전시의 계절이다. 수성못을 찾았다. 사운대던 가을바람 사이로 2025 대구건축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었다. '도시에 상상력을 허하라!'는 문구가 눈에 쏙 들어온다. 1968년 파리에서 울려 퍼진 '상상력에게 권력을!'이라는 구호를 소환했다. 제도와 공간을 상상력으로 새롭게 구성하려는 움직임은 단순한 외침 이상이다. 변화의 열망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그런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오래 전 일이다. 한 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미학을 강의한 적이 있다. 그 수업은 사실 부담이었다. 준비해야 할 내용의 깊이도 깊이지만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미학을 가르친다는 것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건축이야말로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임을 깨달았던 기억이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그 깨달음이 되살아났다.


상화동산 한켠에 마련된 시상식장이 열기로 가득하다. 무대 위 수상자들의 표정이 밝게 빛난다. 상은 결과이자 또 다른 시작이다. 노고의 시간을 품어 안고 다시 도약하게 하는 힘이 된다. 건축학과 강의실 한 장면이 스쳤다. 밤새 도면과 설계 과제를 했다는 20대 청춘들의 열정이 수상자들의 영광과 겹쳐 보였다.


시상식 뒤편에는 또 하나의 부스가 있었다. 그 안에는 22점의 미수상작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 작품들을 하나의 서사로 엮은 환상적인 도시가 대형 스크린 위에서 새로운 공간적 경험을 선사한다.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작품들의 아이디어를 AI를 통해 재구성한 프로젝트다. AI는 이제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의 확장을 돕는 새로운 문명의 궤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올해 처음 시도한 '언빌트(Unbuilt) 대구' 코너였다.


어쩌면 소개되지 못했을 구상에 AI로 새 생명을 불어넣은 시도가 신선했다. 조명받지 못한 누군가의 노력에도 또 다른 가치가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명성에 기대어 방문자 수로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전시가 간과하기 쉬운 배려와 격려의 기획이다. 상상력은 새로운 시도와 격려 속에서도 확장된다.


건축도 예술도 상상력에서 출발해 현실로 완성된다. 허구일지라도 상상력은 거짓이 아니라 사실보다 더 간절한 진실로 세상을 바꾸거나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그 확장은 낡은 현실을 다시 짜는 힘의 원동력이다.


서영옥 <계명시민대학 강사·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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