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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D-DAY

2025-11-13 06:00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작곡가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작곡가

오늘따라 도로는 조용하고, 하늘은 유난히 맑다. 사람들은 말한다. 욕심내지 말고 하던 대로 하라고. 하지만 그런 말들은 내 인생을 대신 책임져주지 않기에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을 위해 수없이 많은 날을 쓰고 지우며 밤낮없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도 그중 하나다. 다만 펜 대신 피아노 앞에 앉아 있을 뿐이다. 뮤지컬 작곡가이자 프로덕션 대표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와 시도하고픈 형식, 부르고 싶은 노래가 넘친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누군가의 삶에 잠시 쉼표가 되길 바라며 하루를 시작한다.


수험생들이 시험지를 붙잡듯, 악보를 붙잡는다. '이 장면과 선율이 어울릴까? 더 나은 선율은 없나?' '살짝 세련되면서 덜 촌스러운 화성은 없을까?' 답 없는 문제 속에서 자문과 의심이 교차한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답을 찾아가는 것. 그 과정이 어렵지만 설레고, 작은 성취와 발견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간다.


'공연 D-DAY' 필자에겐 마치 수능과도 같은 날이다. 몇 해 동안 이어진 아이디어 기획, 창작진 구성, 연습과 리허설까지. 모든 순간이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었고, 예상치 못한 난관도 나타난다. 그럴 때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렵지만, 동시에 즐겁다. 모든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야만 공연이 완성된다. 그리고 이날만큼은 욕심내지 않는다. 나 자신을 믿고, 콘솔의 스태프와 무대 위 배우들을 믿는다. 모든 것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 필자는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음을 안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이 비워지면, 그간 쏟아부었던 긴장과 설렘이 풀린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이 시험지를 내려놓는 순간과 닮은 묘한 해방감이다. 결과보다 오래 남는 것은 과정을 견디고 즐긴 시간이다. 몰입 속 작은 성취를 맛보고, 실패 속에서 다시 시작하는 힘을 배우며, 단 하루를 위해 집중한 시간들이 삶의 깊이를 만든다.


단 하루를 위해 쏟은 마음과 시간, 긴장과 설렘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나 또한 오늘도, 앞으로도 그 울림을 따라 악보를 펼치고 무대 위에 설 것이다. 관객이 떠난 극장은 고요하지만, 마음은 이미 다음 공연 준비로 설렌다. 결과는 한 순간이지만, 몰입과 준비, 하루를 즐길 줄 아는 마음은 평생을 밝히는 빛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말하고 싶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날들을 만들어보라고. 계획된 목표를 채우는 하루가 아니라, 마음껏 몰입하고 기뻐하며 즐길 수 있는 하루들로 채우라고. 그런 날들을 조금씩 만들어가다 보면, 진짜 원하는 삶의 D-DAY에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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