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일간 대장정 마무리...2만3천여명 관객, 객석점유율 83%
‘대구 글로벌 오페라마켓’ 열어 세계 오페라산업 거점 첫 발
창작·전막 오페라 등 국내 축제 프로그램 레퍼토리 부족
국제교류 질적 제고 필요...섬세한 관객 소통도 보완해야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식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대구 글로벌 오페라마켓'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영원(Per Sempre)'을 주제로 44일간 펼쳐진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2만3천여명의 누적 관객수, 객석 점유율 83%를 기록하며 화려한 막을 내렸다. 지난 8일 폐막한 이번 축제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작품성과 '대구 글로벌 오페라마켓' 등을 통한 국제교류 확대라는 긍정적 성과를 거두며 국내 오페라 생태계의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다졌다는 평가다. 다만 해외 교류 등 국제화 사업에 비중을 높인 반면, 창작·전막 오페라 등 국내 축제 프로그램의 레퍼토리가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보다 풍성하고 내실 있는 축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축제 예산 집행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효율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공연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카르멘 공연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한일중 오페라 갈라콘서트 '동방의 심장, 하나의 무대' 공연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대구 도심 명소에서 펼쳐진 '프린지 콘서트'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작품 완성도 높고 '오페라마켓' 국제화 성과 돋보여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대다수 작품들은 수준 높은 완성도를 선보이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장르별 시장거점화 지원사업' 선정으로 신설된 '대구 글로벌 오페라마켓'은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 및 예술기관과 협력을 확대하는 장을 펼쳤다. 이 행사에는 해외 8개 오페라 관련 극장·기관과 국내 오페라 분야 기관·단체, 성악가 등 총 130여명이 참석해 글로벌 포럼, 국내외 레퍼토리 피칭, 오페라마켓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영아티스트 11명의 해외 극장 캐스팅을 비롯해 작품 교류 협의 2건,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간 협업 1건, 국제적 온라인 플랫폼 협력 성과 1건 등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음악평론가인 손수연 단국대 교수는 "올해 축제가 해외 극장과의 교류 확대와 한일중 합작 공연 등 '국제화'에 박차를 가했으며, 특히 국내에서 드물었던 '대구 글로벌 오페라마켓'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대구가 대한민국 오페라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작년에 공연했던 작품이지만 폐막작으로 다시 올렸다. 검증된 작품의 재공연으로 운영의 관록과 자신감을 보여줬다고 본다"고 평했다. 이어 "영남오페라단의 '카르멘' 역시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용숙 음악평론가도 "22년간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지켜봐 온 평론가로서, 공연의 예술적 수준과 외지 관객들에게 '다시 오고 싶은 축제'로 각인되게 하는 친밀한 진행 방식이 강점"이라고 호평했다.
◆레퍼토리 부족 아쉬워...관객 소통 강화 지적도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축제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과제도 지적됐다.
한국 초연 창작 오페라 '미인'에 대해서는 창작 오페라의 방향성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평론가는 "최근 대학로에서 쇼케이스된 창작 오페라 '세 번째 전쟁'은 흥미롭고 몰입도가 높았다"면서 "창작 오페라 제작에 있어 지나친 한국적인 소재나 난해한 현대적 실험보다는 오페라 '심청'처럼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와 흥미로운 음악을 통해 오페라 초심자도 즐길 수 있는 작품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내 팬들이 기대하는 창작·전막 오페라 등 축제 레퍼토리가 부족했다는 토로도 있었다. 지역의 한 문화계 관계자는 "올해 축제는 창작, 전막 오페라 등 국내 팬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작품수가 부족해 풍성함이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국제 교류의 질적 제고 필요성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나왔으며, 섬세한 관객 소통과 홍보 강화 역시 보완해야 할 점으로 지목됐다.
지역 문화계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보다 더 앞서가는 도시 및 극장들과의 해외 교류 질적 제고에 보다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 평론가는 "올해 핵심 레퍼토리 중 하나였던 '피가로의 결혼'의 경우 '글로벌 영아티스트 육성'이라는 구체적인 기획 의도를 충분히 알리지 않아 일반 관객의 기대와 실제 공연 간 괴리가 발생했다"면서 "작품의 특징과 의도를 명확히 설명하는 구체적인 홍보에 주력해야 한다. 또한 관객 교육을 위한 오페라 프리뷰 프로그램의 장소와 규모를 확대해 대중과 더 가까이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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