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 조성이 핵심”
보호무역 장벽에 ‘다자주의 연대’로 맞불
MIKTA 정상회의서도 “다자주의회복” 한목소리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G20 회원국 및 초청국 정상, 국제기구 수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파블로 키르노 아르헨티나 외교부 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이재명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주앙 로렌수 아프리카연합(AU) 의장, 올해 의장인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리창 중국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인도네시아 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에드가르 아브람 아마도르 사모라 멕시코 재무부 장관, 막심 오레쉬킨 러시아 대통령실 부비서실장,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국제사회에 던진 이슈 중 하나는 '다자무역 체제의 복원'이다. 사실상 강화되고 있는 미국발(發) 자국 우선주의 및 보호무역 기조에 맞서 '다자주의 연대'라는 키워드를 띄운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 회복과 국제 연대를 통한 해법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22일(이하 현지시각) 오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제1세션 발언에서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무역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WTO의 기능 회복은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내년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의 성공과 한국이 주도한 '투자원활화 협정'의 채택을 촉구했다. 불확실한 무역 장벽 대신, 규범에 기반한 다자무역 질서를 다시 세우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의 생존 전략이자,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소다자 회의체인 '믹타(MIKTA)' 정상회동에서도 이어졌다.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호주 등 5개 중견국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의장국 정상으로서 "국제사회가 직면한 과제 대응을 위해 다자주의의 회복과 실질적 국제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한-믹타 정상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믹타(MIKTA)는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호주 등 5개국 협의체이다. 왼쪽부터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인도네시아 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이 대통령,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에드가르 아브람 아마도르 사모라 멕시코 재무부 장관. 연합뉴스
믹타 회의 참석자들은 국제 사회의 공동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자주의 회복 및 국가 간 협력의 실질적 진전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으며, 이 같은 취지가 담긴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믹타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면서 글로벌 다자주의 강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올해는 이런 믹타의 정체성과 역할을 재확인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 틈바구니에서 중견국들이 뭉쳐 다자주의의 불씨를 살리고, 한국이 그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오후 이어진 독일, 프랑스 정상과의 연쇄 회담 역시 '경제 영토 다변화'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G20 정상회의 첫날에 즉각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이 채택된 것도 화제를 모았다. 일반적으로 회의 마지막 날인 둘째 날 폐막에 앞서 채택하던 것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회의를 보이콧하며 정상선언 채택에 반대한 미국에 맞선 결정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분석이다. G20 국가들은 WTO 규범에 모순되는 일방적인 무역 관행에도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아울러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적응 필요성과 함께 재생 에너지 확대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가 꺼리는 이슈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23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현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WTO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약화된 다자무역체제의 복원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밝혔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