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문화원, 올해 20개 단체·1천27명 맞아 17년째 프로그램 운영
교복 체험·세계유산 탐방 결합…참가자들 ‘추억 재생’ 호응
해설사 46회 투입·관광소비 늘어…체류형 모델로 자리매김
불국사 청운교·백운교 앞에서 교복을 입은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점프하며 추억의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신라문화원 제공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양정고 58회 동창회 참가자들이 교복을 입고 단체 현수막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신라문화원 제공
경주에 오래된 수학여행의 풍경이 돌아왔다. 가을 왕릉 숲길에 또박또박 발걸음 소리가 이어지고 단정한 교복 차림의 어른들이 서로를 '반장'이라 부르며 웃는다. 40대부터 70대까지,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학창 시절로 돌아간 이들이 올해만 1천27명. 신라문화원이 운영하는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은 4월부터 11월까지 쉼 없이 이어졌다.
2007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어느새 경주의 대표적인 체험형 역사기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릴 적의 기억을 다시 꺼내는 '정서의 여행'이라는 점이 사람들을 다시 경주로 모이게 하고 있다.
올해 가장 먼저 경주를 찾은 건 서울 노원구 광운인공지능고 28회 동문들이었다. 가을이 깊어질 무렵엔 서울 양정고 58회와 경남 김해고 8회 동기회가 뒤따랐다. 매년 단골로 참여하는 송광호 노래교실에서는 서울·부천 등지에서 149명이 2박 일정으로 경주를 찾았다. 올해 총 20개 단체가 참여 1천27명의 참가자를 기록했다.
참가자들은 아침부터 교복을 차려입고 반장을 뽑고, 학급 활동을 거친 뒤 불국사와 왕릉을 찾았다. 단풍빛 스며든 숲길을 지나며 "다시 17세로 돌아간 하루였다", "사진보다 오래 남을 기억을 얻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그들에게 경주는 여행지가 아니라 옛 추억이 살아나는 장소에 더 가까웠다.
프로그램이 지역에 남기는 효과도 뚜렷하다. 경주 문화관광해설사 15명이 올해 46회 투입됐고, 참가자 상당수가 1박 이상 머물며 지역 내 숙박·식사·관광 소비로 이어졌다.
진병길 신라문화원 원장은 "경주의 문화유산을 일상의 감성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전국 유일의 체류형 여행 방식"이라며 "교복 수학여행을 넘어 역사문화 체험과 청소년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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