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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과학자 열전] 6. 김무환 교수- 원자력 안전 분야의 거목, 경북 미래를 설계하다

2025-11-26 17:24
환동해 국제심포지엄에서 세계적 도전과 환동해 : 미래 기술과 포항의 성장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있는 김무환 전 포스텍 총장. 김 전 총장은 한국 원자력 공학의 대표적인 석학으로 손꼽힌다. 영남일보 DB

'환동해 국제심포지엄'에서 '세계적 도전과 환동해 : 미래 기술과 포항의 성장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있는 김무환 전 포스텍 총장. 김 전 총장은 한국 원자력 공학의 대표적인 석학으로 손꼽힌다. 영남일보 DB

"과학은 현장에서 사람을 살릴 때 완성됩니다." 한국 원자력 공학의 대표적인 석학이자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총장을 역임한 김무환 교수가 늘 강조하는 문구다. 그가 추구하는 연구는 언제나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람 중심의 과학, 즉 기술 발전을 넘어 인간의 안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온 것이다. 실제 그는 원자력 안전부터 산업현장의 위험방지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했고, 후학 양성을 통해 대한민국 과학의 미래를 이어갔다. 총장직을 내려놓고 K과학자로 돌아온 그는 경북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나갈 계획이다. 특히 열수력 공학, 원자력 안전, 수소 에너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경력은 경북이 추구하는 미래 에너지 전략의 핵심 방향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 국내 열수력·원자력 안전 연구의 토대 세워


김무환 교수는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법과 사회적 제도에 관심이 많던 문과생이었다. 하지만 대학 입학을 앞두고 인생의 방향이 급변했다. '1차 오일쇼크'를 겪으며 "더 이상 대한민국이 에너지로 고통받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이 생긴 것. 이때 그가 선택한 길이 바로 원자력 에너지 분야였다.


1980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넘어가 위스콘신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에는 포스텍 개교 초기 교수진으로 합류해 국내 열수력·원자력 안전 연구의 토대를 세웠다. 응축열 전달, 2상유동(two-phase flow·유체 내에 두 가지 상(기체와 액체)이 동시에 존재하며, 이들이 혼합돼 흐르는 현상), 비등(고체와 액체가 접하고 있을 때 액체가 기체가 되는 현상) 열전달 등 원자력 시스템의 안전성과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열수력 현상을 다루며 400여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고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그의 연구는 이론을 넘어 원전과 열적 안정성을 설계·평가하는데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기반을 축적한 작업이었다. 그는 수십 년간 포스코, 현대중공업,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외 대표 제조기업들과 협력해 산업 현장의 기술 문제를 해결해 왔다. 고온 공정의 안정성, 열교환기 성능 향상, 대규모 설비의 안전성 검증 등 산업 현장의 안전성과 경쟁력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안전을 지키고 산업의 신뢰를 높이는 현장 중심의 과학을 구현한 셈이다.


이 같은 경력은 그를 '실험실 넘어 산업 현장의 과학자'란 평가를 받게 했다. 그의 산업 연계 연구는 한국 제조업 전반의 기술적 기반을 강화한 숨은 동력이었으며, 원자력공학이 다른 산업 분야와 어떻게 융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는 황조근정훈장과 위스콘신대학교 '자랑스러운 동문상'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 과학 연구를 넘어 대학과 지역의 미래를 잇다


김무환 교수는 포스텍에서 입학·학생처장, 대외협력처장을 역임하며 국내 최초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등 교육 분야에서도 뚜력한 족적을 남겼다. 영남일보 DB

김무환 교수는 포스텍에서 입학·학생처장, 대외협력처장을 역임하며 국내 최초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등 교육 분야에서도 뚜력한 족적을 남겼다. 영남일보 DB

김 교수는 후학 양성에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포스텍에서 입학·학생처장, 기획·대외협력처장을 역임하며 국내 최초 입학사정관제를 전면 도입, RC(Residential College·학습과 생활이 통합된 창의적인 공동체 교육) 제도를 확립했다.


2019년 총장 취임 이후에는 가상현실(VR)·혼합현실(MR) 기반 온라인 교육체계, 인공지능(AI) 기반 교육과정, 산업 맞춤형 학과 개편 등을 추진하며 대학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기도 했다.


교육과 산업, 지역 정책을 잇는 새로운 모델도 제시했다. 코로나19 초기, 대학들이 학사 운영에 혼란을 겪을 때 포스텍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완전 온라인 교육체계를 구축해 학습 공백을 최소화했다. 또 AI·디지털 기반 교양교육 정착, 미래 산업구조에 맞춘 융합대학원 설립 등은 포스텍을 미래형 공과대학으로 재구축한 대표적 사례다.


더욱이 그는 방사광가속기 기반 신약 클러스터 조성, 강소연구개발특구 확대, 포항 연구 중심 의대 설립 추진 등을 통해 경북의 산업·의료 생태계 강화에도 일조했다. 이 과정에서 구축된 연구·산업 기반은 경북 바이오 헬스 생태계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김 박사는 '폭넓은 경험과 경청의 자세를 갖춘 리더'로 평가받는다. 늘 다른 이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면서 최종 판단에선 자신의 소신을 잃지 않는 균형감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결정적인 순간에 발휘되는 강한 추진력은 수십 년간 매일 이어온 '계획-준비-점검' 루틴을 통해 다져진 선제적 통찰력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특히 문과에서 공학, 원자핵공학에서 기계공학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며 체득한 경험은 그의 또 다른 자산이다. 서로 다른 분야를 아우르는 능력은 융합의 시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며, 그의 연구와 리더십을 관통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그는"한계를 넘을 때마다 또 하나의 무기가 만들어진다"며 도전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02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에 참석한 김무환 교수가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박사는 공학 연구 외에도 후학 양성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경북도 제공

202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에 참석한 김무환 교수가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박사는 공학 연구 외에도 후학 양성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경북도 제공

◆ 원자력-수소-첨단산업을 잇는 생태계 구축


김 교수는 포스텍 총장 임기를 끝내고 다시 연구자의 자리로 돌아왔다. 동시에 경북도 K-과학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 그동안 '국가 에너지 자립'이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쏟아왔다면, 이제는 그 철학을 지역으로 확장할 차례다. 경북이 에너지 기반 산업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방향타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그가 설계하는 경북의 에너지 비전은 명확하다. 울진·경주·포항을 잇는 원자력–수소–첨단산업 삼각 생태계 구축이다. 이를 위해 △원전 기반 수소 생산기술의 경제성 및 안전성 검증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전략과 과학적 연계 분석 △지역 대학·연구소·기업 간 공동연구 체계 구축 △국제 에너지·원자력 전문가 네트워크 지역 유입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미 여러 기관·단체와 기술 세미나, 산학 회의, 기업 기술 자문 등 교류를 정례화하면서 협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한 연구 자문을 넘어 경북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립적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또한 그는 경북의 미래를 위한 장기 계획도 세웠다. 원자력과 수소 기술을 기반으로 지역 청년이 지역에서 일하고,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또 지역 기업의 혁신 능력을 강화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게 하고, 도민들은 보도 편하고 안전하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사회기반을 조성하도록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


김 교수는 "경북이 직면한 전환기의 중심에서 과학을 기반으로 한 혁신생태계를 완성하는 것이 저의 새로운 책무"라며 "원자력 안전과 수소기술, AI·첨단공학을 하나의 구조로 통합해 경북이 다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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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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