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넘어 PC·콘솔 테스트베드 구축 및 소규모 입주 공간 지원 ‘한목소리’
“대구로 온 청년 기업 고립 막아야”…게임·웹툰 융합 네트워킹 장(場) 요구
대구시 “2026년 장비 확충 및 ‘글로벌 웹툰센터’ 통해 지원 사격 나설 것”
27일 대구콘텐츠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대구 게임·웹툰 청년 창작자 시민수다'에서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가운데)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성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오른쪽은 민정기 DIP 원장. 이동현 기자
임자영 피터게임즈 대표가 지역 정착을 위한 대구시의 지원 사업 계획과 규모에 대한 질의를 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수도권을 떠나 대구에 둥지를 튼 청년 창작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닙니다.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춘 '고사양 테스트베드'와 고립감을 해소할 '네트워킹'이 절실하다"
대구 미래 먹거리인 콘텐츠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청년 창작자들은 현장의 애로사항으로 '인프라의 고도화'와 '교류의 장'을 첫손에 꼽았다. 모바일 중심의 지원 체계에서 벗어나 PC·콘솔 등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장비 지원과, 지역 정착을 위한 세밀한 정주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구시와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은 27일 오후 대구콘텐츠비즈니스센터에서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이재성 문화체육관광국장, 민정기 DIP 원장과 지역 게임·웹툰 분야 청년 종사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 게임·웹툰 청년 창작자 시민수다'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지역 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를 공유하고 실질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한 기업인들은 공통적으로 콘텐츠 플랫폼의 다변화에 따른 인프라 부족을 호소했다. 모바일 게임 개발사 '구십육퍼센트' 임기현 대표는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 모바일 외에 PC나 콘솔 플랫폼 진출을 준비 중이지만 대구 내에 고가의 콘솔 개발 키트나 전문적인 테스트베드가 부족하다"며 "개별 기업이 구비하기 힘든 장비들을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민정기 DIP 원장은 "현재 모바일 위주의 장비가 노후화된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2026년 공모 사업 등을 통해 테스트베드와 콘솔 개발 장비를 단계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답했다.
수도권에서 대구로 이전한 기업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맞춤형 공간 지원 요구도 이어졌다. 게임 개발사 '체이싱폭스' 는 "기존 지원 사업의 입주 공간(10평 기준)은 소규모 인디 게임팀(3~4인)에게는 너무 넓고 비용 부담이 크다"면서 "5~6평 규모의 소형 작업실이나 대학가 공실을 활용한 저렴한 임대 공간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대구시는 이에 대해 센터 내 공간 활용 외에도 대학 및 민간 공실을 활용한 분산형 입주 공간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고립감 해소'와 '장르 간 융합'을 위한 네트워킹 강화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피터게임즈', '링크즈' 등 다수의 참가자는 "타지에서 대구로 와 창업한 경우 지역 내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 정보 공유와 협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게임과 웹툰, 웹소설 등 다른 산업 간의 교류회나 컨퍼런스를 정례화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판을 깔아달라"고 주문했다.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에 대한 논의도 뜨거웠다. 웹툰 제작사 '스튜디오 니니' 등은 "지역 대학에서 관련 전공자가 배출되지만 실무 투입에는 한계가 있어 다시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기업 맞춤형 실무 교육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의 강화를 요청했다.
대구시는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2026년 말 준공 예정인 '대구글로벌웹툰센터'를 거점으로 기업 입주실, 작가 창작실, 교육실 등을 집적화해 산발적인 지원을 일원화할 계획이다. 산학연계 RISE 사업 내에서도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검토할 계획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오늘 제안된 내용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실패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현장의 치열한 고민들"이라며 "대구의 미래 성장 동력인 소프트 파워를 키우기 위해 하드웨어 인프라 확충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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